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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면 Oct 24. 2021

하이라이트 씬

비하인드는 말 그대로 비하인드

-2021년 8월 17일 일기-


병원을 가기 전 날 오전부터 붕대를 감았다.

오전에 붕대를 감으려면 아침에 일어나서 사이클 기구를 타야 한다.

30분 정도 타고나면 다리가 아파온다.

더 하고 싶지만 곧바로 후회할 테니 참아본다.


씻고 나와 삼겹 정식을 시켜먹었다.

어제 엄마가 놓고 간 수박을 후식으로 먹었다.

어디서 본 건데 밀키스를 타 먹으면 화채 맛이 난대서 그렇게 먹었다.

맛있었다.


붕대를 감고 방에 누웠다.

누웠다가 폴라포가 사 먹고 싶어서 굳이 나갔다 왔다.

언니가 없으면 에어컨을 안 켜야 하지만 오늘은 특별하니 켜 본다.


유튜브를 보는데 한 영상에서




“남의 하이라이트 씬과 나의 비하인드 신을 비교하지 말라”



는 말이 나왔다.


나는 지금의 비하인드 씬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져서 앞으로 다가올

하이라이트 신을 생각하지 못했다.

건강을 잃어버린 뒤 직장도 잃어버렸다.

나름대로 잘 쌓아오고 있었다 느꼈던 가족과의 유대감, 신뢰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돈이 없어도 가족이니까 살아진다는 말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허용되는 말이다.

돈이 없고, 여유가 없으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더욱더 큰 상처를 주고받게 된다.

가족 안에서 당연하게 필요하던 존재에서 이제 나의 ‘쓸모’를 찾아내야 하는

존재로 바뀌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더 마음이 쓰렸다.


몸은 지쳐도 마음은 지치지 않고 싶은데, 마음이 닳아 없어지는 기분이 든다.

차라리 닳고 닳아서 아무런 상처도 받지 않는 상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게 지금보다는 나을 것 같으니까


요즘 잠에 들기 직전 터무니없는 상상을 하곤 한다.

나의 절망적인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가 희망을 얻는 상상

현실의 벽에 부딪혔으나 보란 듯이 다시 일어나는 상상

한심하게 나를 바라보던 가족들이 다시 한번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상상



또한 그런 생각으로 하루를 마무리 짓는다.

4부작 다큐멘터리에도 엔딩이 있듯이

평범하게 마무리 짓는 엔딩도 존재하지 않을까


하이라이트 씬이 사치라고 여겨지는 지금, 평범하게 사는 것 또한 나의 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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