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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면 Oct 24. 2021

아픈 게 자랑은 아니어도

묻어둔 이야기

-2021년 7월 8일 일기장-


두 달 전 직장을 그만뒀다. 작년 말 판정받은 림프부종의 악화로

직장생활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좋은 기회를 제안받아 서울로 올라가기로 했었는데 월 초에 몸 상태가 다시 나빠져 무산되었다.     

자발적 퇴사, 완치가 어려운 질병으로 실업급여도 받지 못한다. 찾다 찾다 결국 마지막에 알아본 장애 등급 판정마저도 병의 특성상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있던 질문자 분의 병명과 증상이 나와 똑 닮아서 읽는 내내 눈물이 났다.

그 밑에 달린 답변이 간결해서 야속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나보다 분명 더 아프고 고통스러운 분들이 계시겠지만

서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아프고 싶어 아픈 건 아닌데, 무언가를 시도해보려고 할 때

친구라고 위안 삼았던 병이 내 발목을 잡는다고 하니 문득 두려워졌다.     

친구라고 다 좋은 친구는 아니니까, 때로는 나를 울게 하고  

때로는 쓸쓸하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거리를 두고 싶게도 하는 게 친구니까     

오늘은 친구와 거리를 좀 두고 싶은 날이다.


아픈 게 자랑은 아니어도, 약간의 핑곗거리는 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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