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상처 주지 않게 _6화
사내 연애를 하는데 남자친구가 이를 공개하지 않으려 합니다. 남자친구는 정규직인데 나는 계약직입니다. ‘내가 계약직이라서 공개하지 않으려고 하는구나’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이전에 백수였던 남자친구를 사귈 때보다 자존감이 더 떨어집니다.
이럴 때는 사내 연애를 공개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당당하게 물어보는 게 답이겠지요. 남자친구가 직장에서 아직 일을 잘한다고 인정받지 못한 상태인데, 연애까지 하느냐는 소리를 듣기 싫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공개 연애를 했다가 아프게 헤어진 경험이 있어서일 수도 있죠. 아직 사귄 지 얼마 안 되었으니, 좀 더 관계에 대한 확신이 든 후에 공개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봅시다. 나는 과연 사내 연애를 공개하고 싶은 걸까요?
사내 연애를 공개하게 되면 나 또한 힘든 점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내 연애를 알리는 것=나에 대한 사랑을 확인받는 것’으로 생각하고 남자친구에게 수시로 애정을 확인받으려 하면, 조금만 서운한 일이 있어도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게 됩니다. 사내 연애를 알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부정적 요소(계약직)와 붙으면서, 부정적 감정을 증폭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됩니다.
이렇게 한 번 생겨난 부정적 감정은 점점 셀프 확대됩니다. 어떻게 해야 부정적 감정의 셀프 확대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첫째, ‘감정을 타당화해주기’입니다. 풍선을 한쪽으로 밀면 결국 터지게 됩니다. 감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억누른다고 해서 억눌리지 않습니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바보 같아서 이러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는데, 역설적으로 더 속상하고 도리어 안 해도 되는 생각까지 덧입혀집니다.
우선 내가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합니다. 계약직으로 일하는 건 마음이 힘든 일입니다. 다른 회사 사람과 사귀는 것도 아니고 같은 회사 사람과 사귀는데 내가 계약직인 상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감정을 받아들입시다.
둘째, 내가 이런 감정이 든 이유를 질문해봅니다. 남자친구가 최근에 새로 들어온 A씨와 탕비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A씨는 학벌도 좋고, 집안도 좋고, 무엇보다 정규직 사원입니다. ‘만약 A씨라면 사내 연애를 비밀로 하자고 했을까?’라는 의심이 듭니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느낀 감정의 이유를 타인에게서 찾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나 자신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러면 이유를 다시 찾게 됩니다.
‘새로 들어온 A씨가 정규직이라는 것이 부럽다. 내 남자친구가 그런 A씨와 가까워져서 나와 헤어지자고 할까 두렵다. 남자친구가 나를 떠나게 되면 내가 보잘 것 없는 존재라는 것이 증명되는 것 같다.’ 이런 게 정확한 이유입니다.
셋째,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는 분별의 단계입니다. 분별의 힘은 객관의 눈을 만들어줍니다. 새로 들어온 A씨의 사수가 내 남자친구이기 때문에 당연히 가깝게 지낼 수밖에 없다는 상황이 눈에 들어올 겁니다.
넷째, 지금 이 자리로 돌아오는 단계입니다. 나의 의식을 현실로 돌아오게 만드는 것입니다. 만약 내가 커피를 마시고 있다면 커피 향을 음미해봅시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쓴맛과 신맛, 단맛과 짠맛의 오묘한 조화를 느껴봅시다. 커피가 나의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감각을 느껴봅시다. 이런 식으로 ‘지금 여기’로 돌아오는 겁니다.
이런 단계를 통해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몰입하는 능력을 키울 때 부정적 감정의 셀프 확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