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상처 주지 않게 _7화
“저도 제가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한다는 걸 알아요. 그런데 회사에만 오면 자꾸 애처럼 굴게 돼요. 동창생들하고 만나서 놀거나 할 때는 별문제가 없어요. 취직이 너무 어려웠거든요. 면접까지 갔다가 수없이 떨어졌어요.
그런데 저희 과장님이 제가 면접을 볼 때부터 잘해주셨어요.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일이 힘들지 않냐고도 물어봐주세요. 일하다가 실수를 했는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 제 편을 들어주신 적도 있어요. 회사에서도 능력을 인정받는 분이고요.
살면서 그런 분은 처음 만나봤어요. 가족들도 다들 저를 무시했는데 이렇게 관심을 받아본 건 처음이에요. 저도 그 과장님처럼 되고 싶어요.
과장님이 회사 일로 저를 지적할 때면 저를 무시하신 것 같고, 마치 어린애가 혼나는 것 같은 심정이 돼요. 눈물이 저절로 날 것 같아요. 주변 동료들은 이런 저를 잘 이해 못 해요.”
인간은 어릴 때만 부모를 찾는 게 아닙니다. 신기하게도 친구 사이나 연인 사이에서도, 심지어 직장에서도 은연중에 부모처럼 ‘내가 사랑받고 싶은 사람’ ‘나를 일으켜주는 사람’ ‘나를 성장시켜주는 사람’을 찾습니다.
공식적인 정신의학 용어는 아니지만, 저는 이것을 ‘셀프 재양육’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성숙한 사람이어야 셀프 재양육 과정을 제대로 겪을 수 있습니다. 보통 정도의 성숙도로는 엄마에게 젖을 달라 요구하는 어린아이처럼 상대방에게 떼를 쓰는 방식으로 애정을 요구하게 됩니다. 시도 때도 없이 함께 있기를 바라는 연인의 경우가 그런 거죠.
셀프 재양육이 잘 진행되면 상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독립적으로 행동하게 됩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편안하게 상대에게 표현합니다. 만약 상대가 내가 원하는 것을 못 해준다고 할 때도 그 이유를 쉽게 납득합니다. 왜냐하면 상대를 믿기 때문이지요.
애착이 중요한 이유는 타인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이 험한 세상에서 사람을 쉽게 믿어도 되느냐고요? 타인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자신도 믿지 못하고, 세상도 못 믿습니다. 기본적인 정서가 ‘불안’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내가 누군가와 애착 관계를 형성했을 때 그 관계가 얼마나 지속되는가 하는 점은 상대방이 나의 요구를 언제까지 받아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관계의 지속성은 나와 상대방이 서로를 얼마나 신뢰하고 노력하여 얼마만큼의 안정 애착의 모습을 가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재양육(reparenting)이라는 개념은 정신의학에서 치료자와 환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을 가리킬 때도 쓰입니다. 환자는 치료자와의 상담을 통해 자기 내면에 아직 크지 못하고 남아 있는 유아적 자아를 훈육하기도 하고 위로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유아적 자아를 성장시키지요. 성숙한 사람들은 타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이런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셀프 재양육’을 통해 자신의 감정 능력을 키워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