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민 Jul 17. 2018

아내와 세계일주를 다녀왔다고요?

번외편. 많이 들었던 질문들


 아내와 떠났던 긴 여행을 마친 이후로 사람들을 만나면 가능하면 지난 여행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했다. 우쭐거리며 자랑할만한 모험도 아닐뿐더러 어딜 가서 뭘 보고 뭘 먹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의 덩어리를 말로 풀어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반복되는 일상 중에 휴가를 이용해서 잠깐 일탈 같은 여행을 떠나던 시절에는 여행의 경험이 마냥 짜릿하기만 했고, 그 신나는 느낌을 나누고 싶은 마음과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침을 튀어가며 여행을 예찬했었다. 하지만 긴 호흡으로 떠났던 길 위에서의 경험은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았고 약간 낯설고 서툴렀던 일상의 기억들이었기에 혼자 조용히 회상하며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고 뿌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과 대화 중에 언뜻언뜻 지난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얼떨결에 끄집어 나오게 되는 경우가 있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해외여행을 즐기기에 여행지에 대한 감상이나 정보는 그다지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조금만 검색해 보아도 장기 배낭여행을 다녀오거나 지금 이 순간에도 수년째 길 위에 있다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하지만 하던 일을 멈추고 아내와 함께 길게 떠돌았던 사람을 주변에서 만나기란 여전히 흔한 일은 아니기에 이런저런 질문을 게 된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듣고 가장 중요할지도 모르는 '왜 그런 짓을 했냐?'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이미 앞서 올린 글에 충분히 답했으니 제외하고, 많이 들었던 질문과 나를 고민하게 만들었던 질문 몇 가지를 골라 이 공간을 빌려 공유해보고자 한다.







Q. 힘들거나 위험하진 않았어?

 A. 물론 힘들었다.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은 대중교통을 타고 내릴 때마다 집어던져버리고 싶었고, 낡고 불편한 숙소와 지저분한 화장실을 만날 때마다 내가 왜 사서 이 고생을 하는가 싶었다. 일정의 압박이 없는 자유로운 여정이었지만 그렇다고 한 군데에 무한정 머물고 있을 수만은 없기에 끊임없이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며 체력의 방전과 충전을 반복하였다. 머릿속으로는 아련한 한식을 떠올리며 입으로는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 음식을 먹어야 했고, 십 수시간을 쉬지 않고 달리는 버스 안에서 자고 깨기를 반복하면서 인내심의 끝을 만나기도 했다. 여행 중에 만나는 놀라운 경관과 처음 맛보는 신기한 음식을 즐기는 그 반짝이는 사진의 한 컷 속에는 지루한 이동시간과 불편한 잠자리, 아내와 티격태격하던 순간과 길을 찾아 헤매던 긴 동영상이 녹아 있었다. 어쩌면 일상과도 닮은 여행에서 즐겁고 행복한 순간은 점과 같이 짧았고 지루하고 힘들었던 시간은 그 점들을 잇는 긴 선과도 같았다.


 긴 여행의 선 위를 달리는 일이 피곤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안전에 대한 위협이었다. 우리나라를 떠나는 순간부터 세상에 대한민국만큼 안전한 나라가 없다는 것을 절실하게 실감했다. 이 어리바리한 외국인 여행자를 바라보는 현지 사람들의 시선 하나하나를 의심의 눈초리로 봐야 했고 늘 모든 소지품 끝까지 나의 신경이 닿아있어야 했으며, 항상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대비하는 습관은 정신적으로 쉽게 피로를 느끼게 만들기 충분했다. 여행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던 덕분에 치안이 불안한 지역을 여러 번 거치면서도 큰 사고 없이 돌아올 수 있었다. 운이 좋았던 것도 있었겠지만 안전을 위한 기본적인 여행자 수칙을 잘 지켰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사실 여행 중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신체적인 고통보다 마음속에서 오는 괴로움이었다. 특히 여행 초반에는 문득문득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것일까?',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이라고 그 좋은 직장을 팽게 치고 놀고 있는 걸까?' 등등의 생각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다들 열심히 잘 살고 있는데 나는 뭐가 그렇게 불만이었던 걸까에 대한 의문과 게으름에 대한 죄책감 같은 고민들은 차츰 여행이 길어지면서 더 이상 이전으로 되돌리기 불가능하다고 인식되는 순간부터는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나 그때부터는 새로운 생각들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이 여행의 끝에 뭐가 있을까', '이제 뭐 먹고살아야 할까?'로 시작해서 '나는 누구인가?'까지 이어지는 생각의 꼬리물기가 여행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다행히도 떠돌이 백수에게는 멍하니 생각할 시간이 충분히도 많다 보니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걱정이나 의문들이 하나둘씩 정리가 되었고, 마침내 귀국할 때쯤에 되어서는 무척이나 편안하고 단단한 마음이 되어있었다.





Q. 도대체 얼마를 쓴 거니?

 A. 세계일주라는 거창한 말로 포장을 해서 그런지 우리 부부가 여행을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했을 거라 예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간혹 그 언젠가를 대비해서 진지하게 '그거 얼마면 되니?'하고 물어보는 친구도 있었지만, 돈 얘기를 입에 올리기 불편한지 궁금해하면서도 직접 물어보지 않고 이리저리 돌려서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실 돈으로 대부분의 것들이 치환 가능한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세계일주라는 경험에 상응하는 금전적 가치가 궁금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에 매번 가감 없이 지출금액을 말해줬다.


 사실 여행 비용은 여행 스타일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에 얼마 사용했는가는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항상 어떤 타입으로 여행을 했는지를 먼저 알려주어서 어떤 스타일로 다니면 어느 정도 비용이 드는지 가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우리 부부는 가능하면 가장 저렴한 숙소를 이용했고(심지어 텐트에서 숙식한 기간이 3개월이 넘었다.) 맛집을 찾아가기보다는 주방을 애용했으며 택시보다는 시내버스가 익숙한 여행을 했다. 커다란 배낭을 메고 로컬버스를 타고 도착하면 걷고 또 걸어서 허름한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갔고, 짐을 풀고는 근처 재래시장에서 장을 봐서 저녁 식사를 했다. 대신에 문화재 관람료, 가이드 투어, 액티비티와 같은 체험에 들어가는 비용은 아끼지 않았기에 행색은 누추했지만 나름 알찬 여행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 부부는 준비하는 과정에 사용한 지출을 포함해서 426일을 여행하며 총 0000 만원을 사용했다.


 여행 비용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서 얄밉게 구체적인 금액을 적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나의 지인들은 내가 치른 비용이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기에 쉽게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이렇게 불특정 다수가 읽을 수 있는 공개적인 공간에서 밝히기는 사실 조심스럽다. 안 그래도 YOLO라는 말을 앞세워 소비를 부추기는 세태에 나까지 일조하고 싶지는 않고, 운이 좋아서 여러 가지 조건이 잘 맞았기에 떠날 수 있었던 것을 망각하고 '저는 얼마 썼어요~'라고 자랑하며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주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 비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꼭 여행이 아니더라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에 향한 도전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용기를 주고 싶어서다. 여행을 준비할 때에 연배가 있으신 분들은 '네가 지금 그럴 때가 아니다. 지금은 열심히 기반을 만들어야지.'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하지만 돈은 또 벌 수 있지만 이 빛나는 시간은 되돌릴 수 없기에 시간을 돈으로 사기로 결심했었다. 그리고 그 시간에 대한 가격은 결코 저렴하진 않았지만 그렇게 비싸기만 하지도 않았다. 비록 나의 청춘을 갈아 넣어서 만든 돈을 홀랑 써버렸지만, 그 여행이 영향을 끼칠 남은 일생을 생각하면 흔히 말하는 가성비가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는 느낌을 들기 때문이다.





Q. 여행을 마치고는 어떻게 사니?

 A.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세계일주라는 꿈을 품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쉽게 실천에 옮기기 어려운 이유는 현실적인 상황 때문일 것이다. 생계나 노후에 큰 걱정이 없는 사람이라면 여행의 꿈을 굳이 마음속에만 품고 살지만은 않을 테지만, 평범한 직장인이나 하루하루가 바쁜 자영업자가 잠시 생업을 멈춰야 하는 긴 여행을 떠나기까지는 많은 선행 조건과 미래에 대한 계획이 요구된다. 그래서인지 여행을 떠나겠다고 회사를 그만둘 때부터 여행을 마친 지금까지 일탈을 저지른 자의 뒷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를 통해 용기를 얻고자 했던 이들은 나의 해피엔딩을 기원했을 테고, 내가 그저 철부지 같은 일을 저지른다고 생각했던 이들은 차가운 현실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을 예상했을지도 모르겠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회사를 그만둘 때에는 나름 계획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사실은 뚜렷한 계획 없이 무작정 일을 저지른 쪽에 가까웠다. 여행 중에 정말 마음을 뺏는 곳을 발견하면 정착해서 살아보자는 생각도 있었고 낯선 곳에서 작은 사업을 시작하는 꿈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적당한 곳을 발견해서 현실적으로 따져 보다 보면 완벽한 곳은 없었고, '여기는 아니야. 다음 장소로!'를 외치다가 결국은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꿈에서 깨어나 눈을 떠서 나를 돌아보니 나만의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자본력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결국 귀국 후에 한두 달 정도 쉬다가 곧바로 취직을 준비했다. 어쩌면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날 때부터 이렇게 될 것이라 조금은 예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다시 취업을 시도한다면 그리 녹록지 않을 것도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 역시나 커리어에 큰 공백이 있는 임금노동자는 한국 사회에서 그리 고운 시선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나의 지난 경력을 가치 있게 평가해준 지금의 회사 덕분에 다시 밥벌이를 할 수 있었고 아내도 역시 나와 같은 과정을 거쳐 사회에 자리를 잡았다. 돌고 돌아서 결국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여행을 준비하면서부터 블로그를 작성하면서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다시 멋진 삶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어 현실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었다. 호기롭게 하던 일을 접고 세계여행을 떠난 사람들의 블로그를 보면 대부분 여행 준비와 여행 중에 대한 글은 굉장히 많은데 여행을 마친 뒷이야기를 찾기는 쉽지 않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운영하던 블로그 역시 마찬가지로 여행의 뒷이야기는 없다. 그래서 장기 여행자들의 뒷이야기는 항상 '어디에 정착해서 잘 산다더라~', '한국에 돌아와 냉정한 현실 앞에서 고생한다더라~' 식으로 그럴듯한 추측이 더해져 구전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도 뒷이야기가 없는 많은 여행자들 또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들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도 어쩌면 그냥 예상 가능한 평범함으로 마무리되었기에 굳이 블로그나 SNS를 통해 퍼지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영화 같은 삶을 살 것처럼 떠났다가 결국은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그 평범함을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통해 기꺼이 선택했기에 지금 순간이 무척이나 달콤하다. 그리고 그 평범해 보이는 생활 속에서도 새로움을 보는 눈을 잃지 않고 일상을 여행하고 있다.





Q. 갔다 와서 뭐가 달라졌어? 뭘 얻었니?

 A.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출발하던 날에 잔뜩 어질러놓은 집을 정리하고 꼬질꼬질해진 옷가지를 빨아서 널던 순간이 떠오른다. 집을 떠나서 1년이 넘도록 세상 이곳저곳에서 많은 일들을 겪고 돌아왔는데 마치 긴 꿈을 꾸고 일어난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일상이 이어지는 것에 갑자기 허무함이 밀려왔었다. 꿈을 이루면 뭔가 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이미 오랜 고민과 방황이 있었기에 굳이 여행 중에 새삼 자신을 깨닫는 기적(?)을 만나는 일도 없었다. 내가 사회에서 벗어나 떠도는 동안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끊임없이 노력을 하고 한 발씩 더 나아가고 있었기에 고작 세계일주 하고 왔다고 해서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일 또한 일어나지 않았다.


 긴 여행을 통해 뭘 느꼈을까? 나는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되었던가? 나 역시 스스로에게 수없이 물어봤던 질문이다. 그러나 그 답을 생각하기 전에 되묻고 싶은 것이 있다. 왜 꼭 무엇인가를 얻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시간과 비용을 지불했기에 값진 것을 보상받는 것이 당연한가? 나는 무엇을 구하기 위해 투자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하고 싶었던 일을 했을 뿐인데 나 스스로도 자꾸만 결과물을 찾으려고 집착하는 내 모습이 싫었다. 어쩌면 경쟁적이고 성취 지향적인 우리 사회의 가치관의 발로가 아닐까 싶다. '여행을 통해 이런 놀라운 것을 얻었어요'라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이미 저지른 매몰비용에 대한 합리화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분명히 나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일정도 계획도 없이 하얀 백지 위를 걷는 듯한 긴 여행을 하면서 나는 게으름의 가치를 배웠다. 낯선 곳에서 수없이 바보 같은 선택을 하고 냉정한 결과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과거의 선택에 대한 후회 대신에 현재에 집중하는 법을 배웠다. 계획한 대로 일이 풀리지 않고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발생해서 엉망진창이 된 것 같은 상황에서도 그 안에 나름의 즐거움이 있고, 어찌 됐든 큰 흐름을 따라 흘러가는 것을 경험하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었다. 수없이 나의 민낯을 만났고 끊임없이 대화를 하며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Q. 또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어?

 A. 미지의 세계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 시절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서 조금씩 돈을 모았었다. 마침내 1년간 휴학하고 길게 여행을 갔다 온 이후로 여행은 언제나 나를 두근거리게 하는 삶의 활력소였다. 직장인이 되어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시간만 허락하면 국내/외로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낯선 곳이 주는 생동감 있는 경험에 취해서 여행만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아내와 함께 세계여행을 떠나기까지 했으니, 이쯤이면 마치 역마살이 낀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랬기에 지인들은 나에게 다음은 어디로 갈 거냐는 질문을 자주 했었고, 여행을 마치고 다시 취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그들은 마치 자신의 꿈이 무너지는 것처럼 안타까워했다.


 다시 회사와 집을 오가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는 나에게 또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지 않냐는 질문을 하는 친구가 있었다. 나의 대답은 '이제는 여행이 그다지 간절하지 않아.'였다. 긴 여행에 진절머리가 난 것도, 가보고 싶은 곳을 다 가봐서 그런 것도 아니다. 여전히 여행은 나를 설레게 하는 단어이고 지금도 가고 싶은 여행지들은 줄을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확실히 예전과는 달리 시큰둥한 태도를 가지게 된 것은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것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낯선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는 신선한 느낌과 일탈의 감정, 멋진 경치와 이국적인 문화 체험을 통한 인식의 확장이 여행의 매력이라 생각했는데, 여행이 길어지면서 그 매력에 익숙해지다 보니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나를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조금만 더 호기심을 가진다면 꼭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일상에 가까운 곳에서도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또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이제는 그리 멀리 가지 않아도 충분할 것 같다.





이전 14화 다시 설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