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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민 Sep 05. 2022

8화: 일회용 기저귀는 어떻게 생겼나요?

이 시리즈에서는 천기저귀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천기저귀를 쓰더라도 많고 적게는 함께 쓰게 되는 일회용 기저귀에 대해 살펴보려 합니다. 일회용 기저귀의 형태를 일자형, 밴드형, 팬티형으로 나누어 보려고 해요.



1. 일자형 기저귀


일자형 기저귀는 말 그대로 기저귀가 네모난 일자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백조 기저귀와 하기스 크린베베가 대표적인 상품이지요.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병원 신생아실이나 산후조리원에서 자주 사용되기도 하지요. 저희 둘째도 병원 신생아실에 있는 동안 이 기저귀를 착용하고 있었어요. 출산 준비물로 엄마들이 많이 사놓는 제품이기도 해요. 일자형 기저귀는 가격이 다른 형태의 기저귀보다 가격이 저렴해요. ‘슈퍼베비’라는 제품은 120매에 19,000원(1매당 158원), 하기스 크린베베는 84매에 11,900원(1매당 142원), 귀공자 기저귀는 150매에 21,900(146원)원이예요. 보통 밴드나 팬티형 기저귀가 저렴해도 1매당 300원 전후인 것에 비하면 싼 가격이지요. 


좌: 귀공자 기저귀(사진출처: 옥션)/우: 하기스 크린베베(사진출처: 맘큐몰)


2. 밴드형 & 팬티형 기저귀


밴드형 기저귀는 일자 형태 기저귀보다 엉덩이를 감싸면서 양쪽에 허리를 감싸는 밴드가 있고 찍찍이로 기저귀 앞쪽에 부착해 고정하는 형태예요. 반면에 팬티형 기저귀는 따로 밴드를 붙였다 떼었다 해서 고정하지 않고, 팬티처럼 만들어져 있어 쓱 입히기만 하면 되어요. 외국의 경우는 밴드형 기저귀를 'diaper' 팬티형 기저귀는 'pants'라고 부르기도 하네요.

좌: 팬티형 기저귀(팸퍼스 크루저), 우: 밴드형 기저귀(팸퍼스 스와들러) 사진출처: 팸퍼스 웹사이트


 밴드형은 양쪽에서 테이프를 붙였다 떼었다 해야하기 때문에 입히는 과정에서 좀더 손이 갈 수 있어요. 신생아 때부터 뒤집기를 하기 전까지는 밴드형 기저귀를 쓰다가, 아기가 뒤집기를 해서 기저귀를 입히기 어려워지면 팬티형으로 바꾸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이런 방식이 절대적인건 아니예요. 저도 아기가 뒤집기를 한 이후부터는 주위에서 팬티형으로 많이들 바꾸길래, 한번 사봤어요. 그런데 아기가 발을 버둥거리다보면 한 발을 넣었는데 다른쪽 발은 빠지기도 하여 크게 입히기 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또 팬티 형태로 양 옆 라인이 다 막아져 있어서 좀더 답답해보이는 느낌도 들었어요. 하지만 밴드형은 밴드로 오픈이 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아이의 활동량이 늘어나면 소변이 샐 가능성이 더 높다고도 해요. 그러나 팬티형도 마찬가지로 용변이 새서 불편하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팬티형 기저귀가 한국에서 처음 선보인 것은 1993년이예요. 당시 유한킴벌리는 미국 킴벌리-클라크 사에서 완제품으로 팬티형 기저귀 풀업스를 수입했어요. 풀업스는 미국에서 시장 점유율이 높은 제품이었지만, 한국에서는 현지화에 실패했다고 해요. 기저귀 사용 문화, 배변 연습에 대한 관점 차이 등의 이유로 여러 번 시장에서 실패했어요. 유한킴벌리는 팬티형 기저귀를 배변훈련 때 입는 팬티가 아니라, ‘입히는 기저귀’로 다시 시장에 선보였어요. 이는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즉, 밴드형을 쓰다가 뒤집기를 하고 활동량이 많아지면 보다 입히기 쉬운 팬티형으로 바꾼다는 이야기는 있지만, 이는 절대적이지 않아요. 팬티형은 제품 포지셔닝을 통해 나온 한 종류일 뿐입니다.


제 경우에는 아이가 뒤집기를 시작하고 활동량이 점점 많아져도 밴드형 기저귀를 채우는게 그리 어렵진 않았어요. 아이가 설 수 있을 때부터는 소파에 기대 서게 해놓고 기저귀를 갈면 양쪽 밴드를 채우는 것도 금방이었지요. 반면 팬티형이 답답해보이고 외출했을 때 기저귀를 갈게 되면 하의를 다 벗겼다가 입히는게 귀찮았어요. 저의 이런 성향 덕분에 아이가 기저귀를 뗄 때까지 밴드형을 더 선호했어요. 어디까지나 저의 경우에 해당되는 얘기랍니다. 팬티형이 더 손에 간다는 친구들도 많았어요. 요지는, 쓰는 사람 마음에 따라서 하면 된다는 거예요. 밴드형과 팬티형은 기능에서 특별한 차이가 있는건 아니며, 아이의 성장에 따라 단계가 나눠져 있는 것도 아니랍니다.




이어서 일회용 기저귀의 구조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회용 기저귀는 크게 보면 커버(backsheet), 초고흡수체(SAP), 흡수 레이어(superabsorbent storage layer), 안감(topsheet)이 겹쳐진 구조로 되어 있어요. 그 외에 고정테이프와 고무줄이 주요 재료이지요. 


1. 안감(탑시트)

    

안감(탑시트)는 기저귀의 안쪽, 즉 아기의 피부에 닿는 부분이예요. 탑시트는 불을 잘 받아들이고 아기의 피부로부터 수분을 잘 전달하도록 되어 있어요. 수분이 다음 층으로 전달되면 탑시트는 다시 뽀송하게 되지요. 탑시트는 대개 구멍이 있는(porous) nonwoven 직물로 만드는데 주로 부직포(폴리에틸렌, 폴리에틸렌테레프탈산)를 씁니다. 탑시트에는 제약용으로 쓸 수 있는 석유와 스테아릴알코올로 만들어진 로션이 첨가되어요. 이 로션은 피부의 따가움과 피부문제를 개선하는데 효과가 있어요. 


2. 흡수층


흡수층은 부직포, 흡수지, 고분자흡수제와 접착제로 이루어져 있어요. 고분자흡수체는 아크릴산과 수산화나트륨이 혼합된 흰색 분말 형태의 합성수지예요. 이는 자신보다 30배도 넘는 무게의 액체를 흡수할 수 있어요. 고분자흡수체는 1980년대에 기저귀에 사용이 되면서, 기저귀의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인 공로가 있어요. 고분자흡수체 덕분에 우리는 얇으면서도 흡수가 잘되는(= 잘 새지 않을) 기저귀를 쓸 수 있지요. 

간혹 기저귀에서 흰 알갱이가 나와서 찜찜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요, 고분자흡수체에 대해서는 450건도 넘는 안전성 연구가 이루어졌고 인체에 무해하다고 알려졌어요(Dey et al., 2016). 하지만 고분자흡수체도 다양한 종류가 있고 품질에 따라 등급도 다르다고 합니다. 가령 에코제네시스와 밤보네이처는 각각 옥수수추출물, 밀전분 추출물을 섞어 만든 고분자흡수체를 사용한다고 해요. 천연 소재로 만들어졌다면 인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덜 할 수 있겠지요. 한 칼럼에서는 여러 종류의 기저귀의 흡수력 테스트를 했는데, 흡수력이 좋은 기저귀는 고분자흡수체도 많이 들어가 있었어요(임성영, 2017). 다량의 수분을 한꺼번에 빨아들이면서도 부피는 얇으려면 화학물질의 도움이 어쩔 수 없을 것 같아요. 


3. 커버


커버(backsheet)는 기저귀의 바깥 부분으로, 보통 방수가 되는 폴리에틸렌 필름 원단으로 만들어요. 이 원단은 직조 또는 편물로 만들어지는 원단과는 차이가 있어요. 나이론, 폴리에스테르,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과 같은 플라스틱 레진으로 섬유를 만든 후 기계나 화학적인 과정을 통해서 또는 열을 가해 결합시켜 원단으로 만들어요. 주로 ‘멜트블로운’이라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는 플라스틱 레진을 녹인 후, 아주 작은 구멍에다 공기의 압력으로 밀어넣는 거예요. 이후 녹았던 플라스틱 레진이 굳으면서 아주 작은 구멍이 있는 시트가 되어요. 그러면 열을 가한 롤러가 이를 눌러 납작하게 하고 서로 붙도록 만들어요. 폴리프로필렌은 안감(탑시트)에 자주 사용되는, 수분이나 공기가 통할 수 있는 재질이고 폴리에틸렌은 커버(백시트)에 자주 사용되는, 통기성이 낮은 소재예요(madehow.com). 커버에는 허리와 다리 부분에 고무줄이 들어가 있어서 아기의 몸에 잘 맞게 도와줘요.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일회용 기저귀는 흡수가 최적으로 이루어지고 보다 옷에 가깝게, 편안한 핏으로 되어 있고 기능도 훌륭해요. 90년대만 해도, 일회용 기저귀를 쓰면서 아주 만족스럽다고 응답한 비율이 크진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 물어본다면 어떨까요? 천기저귀를 쓴다고 하면 주위에서

‘요즘 일회용 기저귀 잘 나와~’

하는 말을 듣곤 했어요. 요즘 일회용 기저귀는 정말 잘 나와요. 저는 착용까지도 해 봤는데, 어쩌면 천기저귀보다도 편하겠다 싶을 정도였어요. 젖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이들이 불편을 느낄 여지는 별로 없어 보였어요. 비록 고분자흡수체에 대해서 여전히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일회용 기저귀는 기능이 우수하고 안전 검사도 엄격히 받았어요(Dey et al., 2016, Counts et al., 2017). 일회용 기저귀를 쓴다고 너무 걱정하거나 아기에게 미안해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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