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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일린맘 Sep 30. 2020

잘 살고 잘 죽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Tuesdays with Morrie

잘 살고 잘 죽는 법.

Tuesdays with Morrie


루게릭 병에 걸린 모리 교수.

그런 모리 교수를 사랑하는 애제자 미치가

매주 화요일마다 만나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감동을 주는 삶의 지침서.


Tuesdays with Morrie.



이 책은 제가 매번 ‘어떤 책으로 영어 원서 리딩을 시작해야하죠?’라고 물어오는 분들께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추천해드리는 책입니다. 

우리나라 번역서로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로 알려진 책이기도 하죠. 


또 이 책은 제가 네이버 블로그에 ‘리딩으로 익히는 배움영어’란 카테고리를 만들어 

여동생과 리뷰 연재를 시작한 2018년 9월, 

처음으로 선정한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2년 뒤, 

현재 2020년 10월 달 원서로 다시금 선정을 하였고,

여동생과 단둘이 아닌 유튜브 구독자들과 함께 리딩을 할 예정이기도 한 책입니다.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어떻게 하면 잘 살고, 잘 죽을 수 있을까?

입니다.



사실 잘 살 수 있는 방법들은 찾자면 참 많습니다.

이 책 뿐만이 아니라 다른 책들 속에서도, 

유명 인사의 강연을 통해서도 

우리는 ‘잘 사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갈망하고 

노력한만큼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추게 됩니다.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가 어느 정도 해답을 알고 있죠. 


이 책에서 모리 교수가 얘기하고 있는 ‘LOVE’ 사랑. 


자기에 대한 사랑, 

타인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


사랑을 간직한 삶은 풍요롭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 드물겁니다. 



4년동안 한 아이를 키우며 든 생각은,

아이가 뿜어내는 사랑이 참 남다르다는 거에요.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따지고, 

조건을 붙이고, 

기브 앤 테이크로 타인을 대합니다.


하다못해 저는 남편에게도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오늘 애 5시간 봤는데, 오빠는 3시간 정도만 본거잖아? 나만 손해구만.’

애미가 되어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내가 더 많이 사랑하면 손해보는 듯한 세상을 살아갑니다.

내가 더 생각하고 하나라도 더 베풀면 바보가 된 듯한 세상을 살아냅니다. 


하지만 아이는 다르더라고요. 

조건이란게 없습니다. 

아니, 조건을 아예 모릅니다.

그런 아이에게 조건을 가르치는 게 저는 바로 저같은 부모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밥 먹으면 초콜릿 줄게.”

“이거 이거 하니까 엄마가 너무 좋아.”


어느 순간 제 말이 한참 잘못되었다는 걸 스스로 느꼈습니다.


'아, 늘 나는 조건을 붙이고 아이에게 결과적인 것을 인지시키고 있구나.’


아이는 이 보잘 것 없고 못난 애미도 진심을 다해 예쁘다고 해주고,

엄마가 자신에게 해 준 아주 작은 것들도 남들에게 자랑하기에 바쁩니다.


힘들어서 짜증폭탄을 아이와 남편에게 터트리면

남편은 같이 짜증을 부리고 토라지지만, 

아이는 화가 난 저에게 '사랑한다'며 다가와 저를 꼭 안아줍니다.


저는 매일 아이를 통해,

아이를 보며,

아이와 함께

한뼘씩 자라고 있는 듯 합니다.



"If you want the experience of having complete responsibility for another human being, and to learn how to love and bond in the deepest way, then you should have children.” (p.93)


다른 타인에 대한 완전한 책임감을 가지는 경험,

가장 깊은 방식으로 사랑하고 함께 유대를 가지는 방법을 배우는 경험.

그게 바로 아이를 낳고 기르는 거라고 이 책에서 모리는 말하고 있습니다.


저의 아이가 갓난 아기였을 때 저는 진짜 세상에서 별 쓸데없는 걸 하나 구입했던 웃픈 기억이 있습니다.

옷에 클립을 해두면 아이의 들숨 날숨을 체크해서 숨을 쉬지 않을 때 알람을 울리는 기계였어요. 

이 기계를 구입한 이유는 아이돌연사에 대해 공부한 덕분(?)이었는데요,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다는 말처럼, 과도한 걱정은 바로 즉흥적인 소비로 이어졌습니다. 


갓난 아이가 침대에서 갑자기 숨을 멈추는 경우, 

이리저리 몸을 틀다가 엎어져서 자는 바람에 숨이 막혀 사망한 경우 등에 대해 책을 읽었던 날, 

이 세상에서 별로 필요하지 않은 기계를 주문하고 말았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때 막 엄마가 된 내 자신을 향한 불안감도 한 몫을 한 것 같습니다. 

아이는 별 탈없이 잘 자고 잘 먹고 하는데, 

엄마가 된 후로 잠이 부족하고 인간답지 못한(?) 생활을 하다보니

그저 어느 부분은 기계에 의존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건 아이에 대한 애미로서 지나친 책임감이 아니었나 싶어요.

이 아이를 지켜내야한다는 본능. 


요즘도 아이를 세상에 내놓고, 어떻게 키워내야할까 고민이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만 5세에 학교를 입학합니다. 

물론 한국으로 치자면 꼬꼬마 유치원생이지만, 

미국은 정식 교과과정이 K-12로 Kindergarten부터 시작되기에 

공식적으로 커리큘럼에 입문하게 되는 시기랍니다. 


이런 시기를 1년이나 앞둔 지금, 

코로나로 프리스쿨도 잠시 쉬고 있다보니 1년 후가 걱정되는 나란 애미. 

어떤 학교를 보낼까, 어떻게 아이의 교육을 책임져야하나 생각과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생존을 책임져야하는 부모에서 더 나아가 

이제 인간답게 아이를 키워야하는 책임을 지게 되는 순간이니까요. 


저는 이 책을 통해

'사랑'으로 살아가자는 통상적인 것을 배우기도 했지만,

아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 

그리고

부모가 된 무한한 책임감을

다시 한번 되새김질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제게 어떻게 살까에 이어 

어떻게 하면 잘 죽을까

에 대한 고민도 함께 가져다주는 책입니다.


저는 모리 교수처럼 평생을 마음수양하며 존경받는 교수도 아니고, 

사랑이 흘러 넘쳐 타인에게 ‘참 따스하다’는 인상을 주는 타입도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싶은 욕심도 없고,

그렇다고 욕을 얻어먹고 살기도 싫은.. 

그런 지극히 회색분자적인 삶을 살아가는 소소한 시민인 

저는 어떻게 살다가 죽는게 가장 이상적일까요?



어렸을 때 같이 살던 할머니는 저희에게 늘 버릇처럼 말씀하셨습니다.


“자다가 죽으면 천복이지. 자다가 소리없이 죽고 싶다.”


이렇게 소원하시던 할머니는 

오랜 시간 자리를 보존하고 누워 계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아직 4살짜리 딸이 있다보니 

벌써부터 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사랑하는 딸의 손을 잡고서
내 마지막 눈 속에 이 아이를 담고 눈감고 싶다.

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가 소원하시던 것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어쩌면 제가 바라는 죽음에 대한 소원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겠죠?


아이가 일이 있어 임종을 못볼 수도 있고, 

제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다만 바람으로 묻어두려합니다.


아이에게 그렇다고 입밖으로 

“너 내 임종에 와서 손잡고 있어”라고는 말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우리엄마는 참 조종하는 걸 좋아하더니 

마지막 순간까지 다 셋팅해두고 조종하려든다고 욕할 수도 있으니까요. 



"Love wins. Love always wins.” (p.40)


사랑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책.



사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까보다 

‘어떻게 사랑하고 살까’

에 대한 인상이 강하게 자리잡습니다. 



나를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기.


과거를 인정하고,

현재를 열심히 살게하며,

다가올 미래를 사랑으로 품게 도와주는 책.



Tuesdays with Morrie.



올 가을, 그리고 다가올 겨울과 연말에

꼭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 영어 원서로 추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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