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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일린맘 Oct 09. 2020

오만하게 시작해서 스스로 가졌던 편견을 반성하게 되는책

영어원서, 'Pride and Prejudice'를 읽다


저는 딸 아이의 엄마입니다. 


저의 친정 엄마는 저를 첫 딸로 낳으신 후, 산후 우울증을 상당히 심하게 앓으셨다고 합니다. 

갓난 저를 바라보며 

‘너도 나처럼 여자로, 아이를 낳고, 이 고통을 겪겠구나’ 하셨답니다.  


저는 산후우울증이 올 틈이 없었던 듯 해요. 

작고 작은 아이를 남편과 둘이 타지에서 키우느라 서로 밤낮으로 고군분투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이 작은 아이를 키우면서,
같은 여자이기에 행복하면서도, 
같은 여자이기에 참 알려주고 싶은게 많고,
같은 여자이기에 가끔은 깊은 고민도 하게 됩니다.


남자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도 고단하고 힘들겠지만, 

살아보니 여자로 세상을 살아내는 것은 더없이 고단하고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아이가 사춘기가 되고, 

사랑과 이성에 눈을 뜰 때, 

저는 아이의 책상 위에 이 책을 살포시 얹어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Pride and Prejudice. 

(이미지)  


미국의 고등학교 필독도서,
Summer Reading List에서 빠지지 않고 들어있던 책.


그래서 어쩌면 ‘미국에서 10년 넘게 살고 공부한 내가 이 책쯤은 거뜬히 읽어내지 않겠어?’하는 

오만함으로 선택했던 책!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리딩메이트인 자매님에게도 오지게 욕을 먹었고, 

저 스스로도 반도 못읽고 포기하게 될까봐 지레 겁을 먹었던 책인데요- 


다 읽고 나니, 

너무 뿌듯했고, 

그 당시에는 다신 안보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했던 책이지만, 

지금은 이 책을 아이의 사춘기에 둘이서 함께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다짐해보고 있습니다. 




딸이 많은 베넷 집안의 이야기. 

다양한 딸들의 캐릭터를 통통 튀게 그려낸 책. 

이 혼기 찬 딸들을 좋은 곳에 시집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라고 짧게 설명해보겠습니다. 


왜 자식이 많으면 ‘아롱이 다롱이’라고 하잖아요? 

딱 그 말이 맞아 떨어지는 그런 고전이라고 생각하심 이해가 가시나요? 



“In marrying your nephew, I should not consider myself as quitting that sphere. He is a gentleman; I am a gentleman’s daughter; so far we are equal.” 


당신의 조카와 결혼함에 있어, 나는 그 결혼을 그만두는 것을 스스로 고민하지 말아야만 할 것 같습니다. 그는 신사이고; 나는 신사의 딸이니까요. 지금까지 우리는 평등하죠.  


고매하신 캐서린 여사께서 자신의 딸을 다아시와 결혼시키고 싶어 안달인데, 

주인공인 엘리자베스라는 장애물이 나오자 만나 모욕적인 언사를 하게 됩니다. 

이 문장은 그 자리에서 엘리자베스 주인공이 

캐서린 여사에게 위의 문장을 고급스럽게 날리며 통쾌하게 한방을 먹이는 장면입니다.  


요즘 시대로 따지자면,  

재벌집 아들이 보잘것 없는 배경을 지닌 여자친구를 만나  

서로 사랑하니까 결혼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에서 

남자쪽 부모가 여자를 따로 만나 하얀 돈봉투를 쥐어주는 아주 통속적인 광경이랄까요? 




저는 사실 이 책을 읽을 때 속으로 가장 인상깊게 꼽은 구절이 바로 이 구절이었습니다. 


이 ‘오만과 편견 (Pride and Prejudice)’의 배경은 무려 18세기입니다. 

그 당시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던 당당한 엘리자베스. 생각만으로도 걸크러쉬 아닌가요? 





저는 제 딸 아일린이 나중에 좋은 남자를 만나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길 진심으로 바라는 애미입니다. 


베렛 여사와 다를 바가 조금도 없을 듯 합니다. 

이 세상 딸을 가지고 아들을 가진 모든 부모의 바램도 저와 다를게 없지 않을까요? 


제가 싱글일 때, 

철없던 시절 참 우습게도 저는 박력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가 저의 이상형이었습니다. 

그런 남자를 꿈꾸다가 결국엔 조신하고 양반인 남자를 만나 결혼했죠.  


조금 더 철이 들었을 때는, 

제가 존중할 수 있는, 존경할 수 있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제 스스로를 알게 되었어요. 

저는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제 자신을 너무 사랑해서 

그 어떤 누구도 나란 인간 이상으로 존중하거나 존경하기 어려운 인간임을.. 


딸 아이는 나중에 ‘조화롭게’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그런 남자를 만났음 좋겠습니다. 


늘 대화를 하면 끊기지 않고, 

서로 의견차가 생기면 피터지게 싸우더라도, 

서로에게 잔인한 상처를 남기지 않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딸의 결혼생활이 

너무 단조로와서 심심하지 않았음 좋겠고, 

너무 다이나믹해서 늘 감정소비가 지나치지 않았음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 속 엘리자베스처럼 

당당하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수 있는 여자로, 

스스로 멋진 남자를 찾아낼 수 있는 현명한 여자로, 

또한 자신이 선택한 남자에게서 평생 여자로, 아내로 사랑받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책을 아이가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둘이서 팝콘을 끌어안고 ‘오만과 편견’ 영화를 보며 ‘다아시’를 찬양하고 있겠죠? 

그 옆에서 남편은 왜 자신과 ‘다아시’를 비교하며 비웃냐고 투덜거릴것만 같습니다. 


그런 날을 

한 10년만 기다리면 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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