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어떤 아빠가 되고 싶니?”
아들에게 물은 적이 있다.
아이의 대답은 망설임이 없었다.
“아빠 같은 아빠가 되고 싶어.”
그 말을 들었을 때,
기뻤다. 그리고 동시에 마음이 아팠다.
나는 아빠로서 뭘 제대로 해줬을까.
학원도, 체험도, 원하는 만큼 시켜주지 못했고
“진짜 원하면 보내줄게”라는 말로
늘 형편을 숨겼다.
“EBS강의로도 충분하다”는 말은
위로였고, 핑계였다.
사실은 감당이 안 됐던 거다.
나는 두렵다.
내가 살아온 방식이
지금 이 아이가 살아갈 세상엔 아무 소용없을까 봐.
내가 하는 조언들이
그저 옛날이야기처럼 흘러들어 갈까 봐.
그럼에도 나는 아빠다.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옆에 서 있는 어른이고 싶었다.
좋은 아빠는 못 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아빠,
그건 되고 싶었다.
아이가 말한 ‘아빠처럼’이라는 말속엔
조건도, 돈도, 정답도 포함되지 않는다.
그저
같이 버티고,
함께 걷고,
물러서지 않는 사람의 모습이 있을 뿐이다.
나는 오늘도
정답은 몰라도
아이 앞에 있는 한 사람으로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