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듯한 생활비 안에서,
장바구니에 담기 전에 몇 번이고 내려놓았을 물건들 끝에
목도리 하나와 신발 한 켤레가 내게로 왔다.
“이거 살 돈이면 당신 외투를 먼저 샀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나 진짜 괜찮은데, 왜 굳이…”
하고 싶었던 말들은 많았지만,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목도리를 목에 걸어 두 번 천천히 감았다.
그리고 새 신발을 신고 한 발 한 발바닥을 밟아 보았다.
발끝으로 전해지는 따뜻함이,
그동안 아내가 참고 지나쳤을 겨울들을 떠올리게 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버텨 온 건 추위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통장 잔고는 늘 빠듯했지만,
그 안에서 서로를 챙기려 애쓰는 마음만은
더 단단해져 갔다.
언젠가 이 목도리가 해지고
이 신발 밑창이 다 닳아도,
아내가 한겨울을 여름 신발로 버티며
나를 먼저 생각하던 이 계절만큼은
잊히지 않을 것 같다.
가난했던 시간은 분명 힘들었지만,
그 시절이 우리를 초라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오히려 그 겨울 있었기에,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아끼며 살아왔는지
아주 또렷하게 기억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