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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명원 Oct 21. 2022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아람이는 열아홉 해를 살다 무지개다리를 건너갔다. 어려서부터 늘 개를 길렀지만, 아람이가 특별했던 이유는 내가 보호자로서 돌본 첫 개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혼한 후 처음 기른 강아지였으므로 부모님도 그 누구도 아닌, 내가 아람이의 보호자였다.     


앞을 보지 못하고, 소리를 듣지 못하고, 결국 가족을 잘 알아보지 못하며 나이가 들어가던 아람이는 딱 나흘을 식음 전폐하고 누웠다가, 모두 잠든 새벽에 혼자 무지개다리를 건너갔다. 녀석이 앓던 나흘 동안 거실에는 힘들고 거친 숨소리가 가득했는데 아람이가 떠난 그 새벽, 일어났을 때 온 집안은 낯선 고요에 잠겨있었다. 고요가 그렇게 무겁고도 무거운 것임을 그때 알았다.     


 아람이를 보내고 나자 남는 것은 후회뿐이었다. 바깥바람을 쐬어준다고 괜히 데리고 나갔다가 기력 없는 아이의 명을 재촉한 것이 아니었을까. 누워있을 때 물 한 모금이라도 더 입에 축여줘야 했던 것 아닐까. 사진이나 좀 더 많이 찍어줄 걸 그랬지. 뭐가 급하다고 아이가 떠나자마자 죄다 강아지 용품을 정리했을까.    

 

우리와 열아홉 해를 함께한 아람이가 떠난 지 한참 후에야 편한 맘으로, 그러니까 온전히 그리운 마음으로 아람이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사진 속에서 아람이는 늘 새초롬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립고도 그리운 아람이가 떠나고 난 다음 해에 우리는 오래 살았던 그 집에서 이사했다. 새집으로 이사하며 아람이를 생각했다. 

‘아람이가 이 집을 찾아올 수 있으려나’     


해를 넘기고 난 어느 날 깜빡 낮잠이 들었다. 잠에서 깼을 때, 거실에 켜놓은 텔레비전에서 야구 중계를 하고 있었다. 선잠이 들기 전에도 하던 중계를 여전히 하고 있으니 정말 잠시 선잠이 들었던 것이다. 목까지 얇은 이불을 덮고 누웠는데, 이상하게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설마 가위에 눌린 것일까, 겁이 덜컥 났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아 거실의 가족들을 소리쳐 부를 수도 없었다.     


그때였다, 누운 베개 옆으로 작은 발걸음이 느껴졌다. 주둥이로 이불을 들추는 것이 분명한 움직임. 그리고 어깨를 스치고 천천히 내려와 차렷자세로 누운 내 손목을 킁킁대더니 딱 한 번, 날름하고 혀로 핥았다. 그 순간이었다. 아! 우리 아람이로구나!

아람이는 혀로 사람을 계속 핥는 법이 없었다. 아주 좋을 때, 아주 반가울 때 딱 한 번 혀로 날름, 그렇게 손등을 핥는 것이 전부였다. 입이 떨어지지 않는 나는 속으로 말했다. 

‘아람아! 보고 싶었어….’

그 순간 굳은 몸이 순식간에 풀렸다. 나는 이불을 확, 걷어 젖혔다. 아람이는 없었다. 거실에선 여전히 야구 중계가 계속되고 있었다. 아람이가 정말 새집을 잘 찾아왔던 것일까. 나는 알 수 없었지만 어쩐지 조금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가끔 아람이가 찾아왔던 꿈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그 날을 생각했다. 그때마다 병석에 누운 엄마가 하던 말이 함께 떠올랐다.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갈까. 진짜 영혼이 있을까?” 

대답할 말이 있을 리 없어 멀뚱멀뚱하게 앉아있기만 했던 그 날의 나를 생각한다. 영혼이 있다면…. 이라고 궁금해하던 엄마는 이제 그 해답을 찾았을까.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간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을 생각할 때마다 그 질문은 내게 여전히 질문으로 남는다. 

떠난 이들은 가끔 꿈에 나타났지만 아무도 그 해답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들은 어디로 갔는지, 다른 무엇으로든 여전히 존재하는지 나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저 가끔, 내게 남겨진 엄마의 질문을 혼자 궁금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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