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력 강한, 푸른 꽃이 숲을 뒤덮다
아무리 큰 나무라 해도, 넉넉히 나이 든 노거수라 해도 새싹을 낼 때만큼은 곱고 투명한 잎을 매달고 하늘하늘합니다. 제 나이 잊고 한없이 풋풋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잎을 올리더니, 나무 가득 연두 꽃을 매답니다.
연두 꽃은 형용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그냥 생명 그 자체입니다.
여리지만 한없이 강한 생명의 잉태 같은 모습입니다.
흙빛 가지에 드리운 연두 꽃이 싱그러움으로 한층 더 빛납니다.
저 연두를 연두로밖에 표현하지 못하니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개나리 옆 연두 꽃입니다. 연두는 노랑에 뒤지지 않습니다.
참나무도 꽃을 피우기 시작했어요.
늦게 새싹을 틔우는 참나무인데, 이 큰 참나무가 가장 먼저 잎을 매달았습니다.
일주일 만에 새싹이 완연한 잎으로 이렇게나 커집니다.
참나무 연두 잎은 일신우일신 짙어지다가 붉은 잎으로 변신할 때까지 반년은 너끈히 숲을 지켜 낼 것입니다.
숲의 곳곳에 작은 새싹들이 꽃인 듯 매달립니다.
연두 꽃을 매단 관목(키 작은 나무)들이 교목(키 큰 나무) 사이사이를 채색합니다.
렌즈를 조금만 확대하면 연두 꽃이 하나의 세상을 이룹니다.
바위 위에도 연두 꽃이 피었습니다.
이끼도 새싹을 올려 꽃인 듯 모양을 내고 있으니, 어찌 '깜찍한 이끼'라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연두 꽃 세상에서 초록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는 그 숲의 시간이 깊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