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티 Apr 15. 2021

꽃은 가고 별만 가득 남았네

벚꽃과 별의 콜라보

별 헤는 벚꽃 자리 


별만 가득 남았다.

온 세상을 꽃천지로 만들었던 벚꽃

벌을 부르던 꽃자리에

속속들이 한가득 별들


나무 아래 누워 별을 세었다.

꽃세례 받은 그날

한낮 꽃 속의 별이라니 

우주를 품은 꽃


벚꽃 피니 추억도 돋고

아이는 떠나고 아비만 남아 

꽃과 별과 아이가 콜라보되는

별 헤는 꽃그늘 그때 그 시간


  



세상을 뒤덮다시피 하면서 마음을 설레게 했던 벚꽃이 다 졌습니다.

세찬 봄비가 온 뒤로 꽃대까지 떨어졌네요. 


봄비가 올 때마다, 봄바람이 불 때마다 아쉬운 마음으로 야속함까지 일게 했던 아름다운 꽃이었습니다.


수 십 년 된 아름드리 벚꽃이 하늘을 뒤덮으니 세상이 벚꽃 천지일 수밖에요.


마음을 팔랑이게 하고 눈을 아스라이 뜨게 만드는 벚꽃 나무 아래 앉아서 꽃구경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절로 아이가 어릴 적 시간으로 필름이 돌아갑니다.

 

벚꽃이 만개하던 날, 불국사 앞으로 나들이를 갔습니다. 

불국사 앞에는 수 십 년 된 벚나무가 줄지어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벚꽃나무 아래 자리 깔고 앉아 피크닉 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없습니다. 


김밥 좀 먹어주고, 프라이드치킨도 먹어줘야 합니다.

자리에 누워 하늘 보고, 꽃도 보고 지루해질 때까지 뒹굴거립니다.


그러고 있다 아이와 함께 꽃그늘 아래 누운 아빠가 말합니다.

"꽃 속에 뭐가 있는지 찾아봐."

"꽃 속에요? 뭐가 있어요?"


아이는 누운 채 꽃 속을 한참 들여다봅니다.

꽃잎이 다섯 장이고 꽃 안에 암술, 수술이 들었고 꽃가루가 있고, 또 뭐가 있지?

그런 답이 아닐 거란 걸 눈치 빠른 아이는 알고 있습니다.


"꼭지가 다섯 개야. 어떤 모양이 있는지 잘 봐, "

힌트를 줍니다. 정답은 없지만, 아빠가 막 발견한 것을 공유하고 싶어 합니다. 지루함이 창조해낸 발상입니다. 


"별 모양이에요!. 정말, 별이 있어요."

아이는 꽃 속에서 별 모양을 발견해냅니다. 

오호.... 


이제 꽃은 별이 됩니다.

벚꽃과 별이 함께 하니, 꽃이 별처럼 빛나고 별에서 향기가 나고, 별 속에 벌도 많습니다.

식물과 우주가, 땅과 하늘이 합쳐지고 콜라보해서 융합 같은 게 막 일어납니다.  

  

벚꽃 안에 별 모양이 가득합니다.


이후로 패밀리 사이에서는 벚꽃은 항상 별과 이미지를 함께 합니다.

벚꽃이 피면 별을 보고, 꽃이 지면 별만 가득한 나무를 봅니다.


화려한 벚꽃이 지고 나무에는 별만 가득합니다. 꽃대만 남아 별 모양이 선명합니다.


밤새 세찬 꽃샘바람이 불었습니다.

별만 가득 남아있던 나무에서 우수수 꽃대가 떨어집니다.

별들이 이젠 땅에 가득합니다.



꽃이 별이요, 별이 꽃이요, 꽃이 땅이요, 땅이 하늘이요.... 

천지가 하나가 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모네가 살짝 다녀가신 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