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통 심할수록 격하게 운동하라고요?
생리는 여왕마저도 해야 하는 것이다. 세상을 호령하는 권력이 있든, 엄청난 부가 있든 예외는 없다. 생물학적 여성으로 태어났으니까.
소설 <여왕마저도>에서 퍼디타는 '생리'를 선택하려는 사이클리스트가 되었다. 생리를 하겠다고 주장하는 단체에 가입한 것인데 가족 모두가 무슨 해괴망측한 시도인지를 놓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생리를 경험한 여성들은 생리가 사라진 사회를 축복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경험하지 않은 세대에서 일군의 사회운동이 일어난다. 자연으로 돌아가자 같은 환경주의적 페미니스트 단체 활동이다. 생리 통제가 가부장제의 음모라고 주장하고, 생리를 안 하도록 하는 회피 장치를 안 하겠다는 운동을 벌인다. 퍼디타의 시도를 놓고 외할머니, 친할머니, 엄마, 언니가 모여 흥미진진한 논쟁을 펼친다.
코니 윌리스의 <여왕마저도>는 1993년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기발함과 유쾌함이 매혹적인 작품이다. 여성들이 꿈꾸는 세상, 생리 없는 미래사회의 모습이 많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딸의 생리가 시작되면 나도 약간의 긴장을 하게 된다. 생리통 때문에 복통과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어느 때는 두통이 있다고 하고, 어느 때는 엉치뼈가 빠질 듯 아프다고 한다. 몸상태가 안 좋으니 기분이 안 좋은 건 기본으로 깐다. 하루 이틀은 약을 꼭 먹어서 통증을 가라앉힌다. "오늘은 어때?"라고 안부를 자꾸 묻는다. 생리 시작한 지 3일은 지나야 조금 누그러진다.
나도 지나온 길이지만 딱히 해줄 게 없다. 잘 넘기는 게 상책이라고 알고 있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밖에 없다. 그래서 몸살 걸린 사람에게 권하듯 되도록 좀 더 쉬고, 배를 따뜻하게 하고, 시간이 허락하면 더 잘 수 있도록 한다.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그냥 잘 버텨 시간만 보내도록 하는 소극적 인생으로 딸아이까지 가장 빛나는 시간 수십 년을 살도록 할 뻔했다. 무식한 엄마는 자기 고생에 이어 딸 고생까지 대를 이어 생리통에 그냥 넋 놓고 휘둘릴 뻔했다.
몸에 대해 알은체 좀 하는 엄마도 그냥 여성호르몬 불균형 때문이라 어쩔 수 없는 줄만 알았다.
월경주기에 따라 호르몬이 많아졌다 적어졌다 하면서 몸의 균형이 깨지는 과정을 여성들은 한 달에 한 번꼴로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어쩔 수 없지 않나. 약을 먹어서 견디든, 쉬어서 견디든 어떻게든 그 시간을 넘기는 게 슬기로운 월경 생활쯤으로 생각했다.
여성은 평생 400~500번 월경을 한다. 보통 4일에서 7일간 한다. 이걸 계산해본 숫자는 놀랍다. 5~10년을 월경하는 기간으로 사는 것이다. 이 기간을 누리거나 즐기는 인생에서 제외한 채 그냥 견디며 산다는 것 자체가 삶의 질을 엄청나게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여성은 누구나 알겠지만 의학사전에서 써놓은 것처럼 4~5일 만에 월경이 끝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수도꼭지 잠그듯 4일 또는 5일 만에 뚝 끊어지는 게 아니다. 월경혈이 조금씩 묻어 나오기 때문에 생리대로부터 벗어나려면 7일은 걸린다.
양이 다르게 나오니까 여성은 생리대를 소형, 중형, 대형을 나누어 쓰고 잠잘 때는 오버나이트, 끝나기 직전에는 팬티라이너를 쓴다. 어린 나이일수록 작은 사이즈 쓸 일이 별로 없을 정도로 양이 많고, 나이 들수록 작은 사이즈를 더 쓰게 된다.
여성들한테 파우치가 꼭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센스 있는 남성이라면, 선물 리스트 윗자리에 여성 파우치를 올리고 그것도 자기가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으로 사면 두고두고 생색난다. 여성들은 파우치를 내 몸처럼 지니고 다닌다. 거기엔 화장품만 들어있는 게 아니다.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여성들은 대략 생리가 끝났다고도 안 끝났다고 하기 어려운 하루 이틀을 포함하면 대략 9~10년을 생리대 차고 산다고 보면 된다. 생리하는 기간을 그냥 견디는 시간으로 보내기엔 너무 긴 시간이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월경을 하기 7일 전부터 호르몬의 극심한 변화를 맞아 신체적, 정신적 변화가 나타난다. 신체적 변화는 몸이 붓는 것, 유방이 아픈 것, 두통 등이고 정신적 변화는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고 불안하거나 우울해지거나 공격적이 된다.
월경 기간에 월경전 증후군이 나타나는 기간까지 합하면 여성은 대략 15~20년을 월경의 영향 아래 산다고 볼 수 있다. 정말 너~~~ 무 긴 시간이다.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가장 빛날 때의 인생을 허덕인 채 보낸 것 같은 허탈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대를 이어 딸까지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 월경증후군을 제대로 한번 알아보기로 했다.
여성의 75%는 월경증후군을 겪는다고 한다. 14% 정도는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지만 모든 여성이 월경 기간에 몸이 평소 하고 많이 다르다는 걸 느낀다고 감히 장담한다. 그냥 평소와 똑같다거나 더 좋다는 사람은 아직까지 내 경험으로는 본 적이 없다. 피를 쏟는 이 기간이 어떻게 평소 하고 같을 수 있겠는가.
여성들은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과 공포를 느낀다.
'나 이러다 죽는 거 아니야. 이렇게 피가 콸콸 나오는데 몸이 어떻게 견디지?'
이런 섬세한 느낌과 경험이 없는 남성 의사들이 월경증후군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면 사실 좀 디테일이 많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월경증후군은 물론 사람마다 다르게 느낀다. 그냥 아랫배 주위와 허리 등이 묵직하고 뻐근하는 등의 불편함 또는 불쾌감으로 보내는 경우가 있고 배와 허리 주위 통증이 심각한 경우도 있다. 이건 보통 월경하는 기간에 있는 것들이다. 더 심각한 것은 월경전에 있는 증상이다. 의학에서는 이걸 더 주목하는 거 같다. 월경전 증후군으로서 증세가 심각하면 월경전 불쾌장애라는 병명으로 판정받을 수도 있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은 배란 직전부터 월경 시작까지 5배~10배까지 불규칙하게 늘어난다고 한다. 호르몬 변화에 따라 각종 신경화학물질이 변하면서 몸이 반응한다. 호르몬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균형이 깨지고 몸에 각종 증상이 나타난다.
어느 날 문득 신경질을 부리며 부부싸움을 일부러 거는 것 같은 나를 발견했다. "그래, 어쩌라고~" 하면서 변덕 부리고 있다가 보니 내가 생리를 했다. 그런 거였다. 급격한 호르몬 변화로 인해 내 몸이 균형감을 잠시 잃은 거였다. 그래도 어쩔 수 없으니 내 상태를 알고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그 많은 시간을 보냈다.
월경하는 여성으로 40년 가까이 살았다. 내 딸은 앞으로 30년 넘게 버텨야 한다. 버티기 작전보다 진화해야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월경전 증후군 [premenstrual syndrome]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병원)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2120082&cid=51007&categoryId=51007
여기서 생활의 팁 하나 전수해보고자 한다.
주기적으로 하는 건강검진 날짜를 잡을 때는 여성의 생리주기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소변검사, 자궁경부암 검사를 위해서 생리기간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월경전 증후군이 있는 기간을 피해야 한다. 유방촬영 때문이다.
월경전 증후군이 있는 기간에는 유방이 약간씩 커지고 단단해지면서 통증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걸 감안하지 않고 이 기간에 유방촬영을 하면 기계가 내 가슴을 터트리지 않나 하는 공포감에 사로잡힐 수 있다. 출산의 고통에 버금간다. 남성들에게도 유방이 있다면 촬영을 통해 출산 체험 한 번씩 하게 해주고 싶다.
사실 내가 목표로 세운 '내 뇌의 주인 되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각종 뇌 관련 서적을 탐독하면서부터 희망을 보았다. 갱년기를 앞두고 여성 호르몬 감소에 따른 각종 증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친정어머니가 워낙 갱년기 증상을 오랫동안 심하게 겪으셨던 터라 미리미리 알고 나는 연착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월경증후군이든 갱년기든 여성호르몬 변화에 따른 것이고, 목표는 몸의 변화에 지나치게 휩쓸리지 않고 '균형감을 찾는 것'이었다. 나를 위해, 딸을 위해 뭔가 적극적인 방법을 알아보기로 했다.
월경증후군은 정확한 용어로는 '월경전 증후군'으로 쓰인다. 여성은 월경전 2주, 배란부터 월경전까지 급격한 호르몬 변화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실제로 여성들이 느끼는 기간은 월경 기간을 포함해 월경 전부터 월경까지이기 때문에 더 포괄적인 '월경증후군'으로 사용하겠다.
월경증후군이 나타날 때 여성들은 혼자서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느낀다. 그래서 진통제에 의존하거나 보온 물주머니를 배에 대고 있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통증과 불쾌감 등을 다스리려고 한다. 그래서 월경증후군 관련 이미지는 여성이 몸을 웅크리고 두 손으로 배를 감싸는 자세로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하지만 월경증후군에 대해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바로 운동이다.
생리기간 동안 여성들은 어쩔 수 없이 꼼짝 말고 웅크리고 있는 이미지로 살고 있는데, 이와는 반대로 생리통이 심할수록 더 많이 운동하라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좋은 운동은 걷기,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으로 달리기가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체적 증상이 좋아지고 집중력, 기분도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2년 미국 듀크 대학 제임스 블루멘탈은 폐경기 이전 중년 여성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유산소 운동과 근육운동 영향을 실험했다. 유산소 운동 그룹은 일주일에 3회 1시간씩 달리기를 하고, 근육운동 그룹은 감독자 지시에 따라 근력운동을 했다. 두 그룹 모두 신체적인 증세 개선 효과가 있었다. 정신적인 영향은 달리기를 한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좋은 결과를 보였다. 우울증, 초조감, 집중력 관련해 좋아졌고 낙관적인 태도로 세상 일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하버드 의대 교수 존 레이티와 과학 저널리스트 에릭 헤이거먼이 쓴 <운동화 신은 뇌>에 따르면 운동이 혈액 내의 트립토판 수치를 늘려주어 뇌에 세로토닌이 늘어나게 한다. 이를 통해 도파민과 노르에프네프린, 신경세포 성장인자 같은 시냅스 매개물질의 균형을 바로 잡는다고 한다. 운동하면 안정감이 높아지고 호르몬 변화의 영향이 줄어든다.
내가 잘못된 생각을 해왔던 게 있었다. 아들과 딸의 운동 성향이 바뀌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들은 도통 움직이는 걸 싫어하고 운동에도 관심이 없었고, 딸은 운동을 즐기는 편이었다.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헬스장을 주로 이용하는 것도 딸이었고, 아들은 부추겨서 힘들게 헬스장에 보내 놓으면 잠깐 하고 후딱 왔다. 운동 흉내만 내는 것 같았다. 물론 본인은 할 만큼 했다고 했다.
알고 보니, 참 다행스럽다. 몸의 변화를 남성보다는 더 자주 많이 겪어야 하는 딸이 몸과 마음의 균형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운동과 친해지는 게 더 중요한 걸 이제야 알았다.
<운동화 신은 뇌>에서 권하는 여성을 위한 운동을 살펴보겠다.
여성은 1주일에 4회 최대 심장박동 수치의 60~65%를 유지하는 유산소 운동이 권장되고 있다. 빠르게 걷기, 천천히 달리기, 테니스 등이다. 호흡이 가빠질 정도로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육운동은 1주일에 2회 정도가 적당하다.
월경증후군이 있는 여성은 1주일에 5회 유산소 운동을 하면 좋다. 간간히 강도 높은 달리기를 하면 더 효과적이다. 강도 높은 운동은 초조감, 불안증, 우울증, 불안정감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월경증후군 증세가 심할수록 강도를 높이는 것이 좋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매일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걸 전문가들은 권한다.
여성이 스스로 자기 몸의 균형감을 찾는 게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갱년기 여성도 월경전 증후군과 마찬가지로 여성 호르몬 수치의 감소보다는 호르몬의 불규칙성 때문에 우울증이나 불안증에 쉽게 빠진다고 한다.
운동을 하면 호르몬 감소에 따른 불균형이 바로잡아주고 인지력 감소도 예방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누구나 자기 몸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 때 가장 불쾌감을 느끼는데, 운동은 통제력을 회복하고 기분과 정신적 통제력을 되찾는데 도움이 된다.
운동은 신경전달물질과 신경 영양 인자의 생산을 촉진하고 뇌의 주요 부위에서 그 물질들의 수용체를 더 많이 만들어 몸의 선순환을 유지하는 유전자를 활성화한다고 한다. 선순환이란 몸의 균형과 관련되며 , 이 균형은 모든 여성에게, 특히 폐경 여성에게 더 중요하다.
호주 퀸즐랜드 대학 연구진이 45~60세 여성 88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따르면 운동을 일주일에 두 번 이상한 여성은 84%가 정신적으로 긴장감, 피로감을 덜 느꼈다. 또 신체적으로 두통, 긴장, 불쾌한 압박감이 적었다. 이 조사에서는 전반적으로 운동이 여성의 행복감과 윤택한 삶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운동화 신고 뛸 준비만 되어 있다면 월경증후군도 갱년기 증후군도 편안한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다.
나는 걷는 인간에서 달리기 하는 인간으로 운동 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내 몸의 주인이 되는, 뇌를 부추기는 운동에 힘을 실어보겠다. 내일은 딸과 함께 러닝화 사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