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로 부르던 시절, 처음으로 도서관에 갔다. 난 국민학교로 입학해 초등학교를 졸업한 첫 해 학생 중 한 명이다. 영가국교 3학년 4반. 기억 속에서는 처음이다. 어른들만 쓸 듯한 신청서에 직접 또박또박 소속을 적고 서명을 하는 일. 아마도 도서관 회원가입 신청서였겠지.
첫 도서관은 학교 후문 앞 구멍가게에서 숏다리 오징어 한 봉지를 사고, 걸어가다 보면 그 한 봉지를 다 먹기도 전에 도착하는 곳에 있었다. 책 읽기를 좋아했던 나에게 어린이실에 가득 찬 수많은 책은 그 어떤 과자보다 사탕보다 더 달콤했다. 그 당시 도서관을 방문할 때마다 어린이실에 있는 모든 책을 다 읽겠노라 다짐했다. 자연스럽게 꿈은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이었고, 사서 직업에 마음이 끌렸다. 하지만 수능을 치르고 원하는 대학 문헌정보학과는 탈락이었다. 국민학생 때 꿈은 국민학생 때에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
대학교에서는 교육공학과 가정관리학을 공부했다. 복수전공을 하며 이에 맞춰 취업 준비를 하기 바빴던 대학교 4학년.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교육공학 속에는 평생교육이 있다. 평생교육을 적용하는 다양한 기관 중에서 도서관이 눈에 들어왔고, 평생교육사 자격증을 가지고 공공도서관 행정 인턴으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맡은 업무는 문화행사 보조였다. 도서관으로 출근하는 길은 행복했고, 도서관에서 하는 일들은 즐거웠다. 그 속에서 일하는 사서들이 부러웠고, 도서관 사서이고 싶어 10년 전 사서교육원에서 준사서 자격증을 취득했다. 비전공자는 사서교육원 1년 교육과정 이수 후 사서 자격증 취득이 가능하다.
준사서 과정 수업 중 듀이십진분류법(DDC)
사서교육원에서 도서관 관종을 배우며 학교도서관에 관심이 생겼다. 나에게 학교도서관은 대학교에서 배웠던 교육공학을 접목하여 사서 일을 하기에 최적인 도서관이었다. 이렇게 난 오랜 시간을 거쳐 돌고 돌아 어린 시절 꿈을 실현하여 지금 중학교 도서관 사서로서 8년째 살아가고 있다.
학교도서관은 참 매력적인 곳이다. 내가 사서임을 절대 잊을 수 없도록 학생들은 나를 '사서 선생님'으로 부른다. 공공도서관 행정 인턴 근무 당시만 해도 사서들 간에 사서 선생님 호칭보다 '00 선생님' 또는 '00 씨'하는 호칭이 더 많았다. 하지만 학생들은 수시로 사서 선생님으로 부르니 내가 사서임을 잊지 않도록 하는 힘이 저절로 생긴다. 또 학생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 “사서 선생님이 되려면 어떻게 해요?”이다. 그러면 아는 범위 안에서 답변해주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스스로 하는 질문이 있다. ‘난 진짜 사서일까?’, ‘사서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가?’였다. 이에 대한 대답은 ‘아니요.’였고, 당당한 전문가가 되고 싶어 2019년 사서교육원 정사서 반에 지원했다.
당당한 전문가가 되고 싶은 또 다른 이유는 학교도서관 배경인 '학교'에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학교는 교사와 학생 중심으로 돌아간다. 교사 구성원은 교과별 전문인이고, 학생들은 독서와 도서관 행사 참여보다는 성적에 관심이 더 많다. 이들 틈에서 도서관은 중요한 곳이고, 학교에 도서관이 존재하는 까닭을 자신 있게 말하고 싶었다. 자신감을 가지려면 더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층 더 발전하자는 생각에 정사서 과정까지 마쳤다.
그리고 이제는 학교도서관 사서 모습을 널리 알리고 싶다. 학교도서관 사서란 혼자 고상하게 앉아 책 읽는 직업, 기계처럼 대출반납 바코드만 찍는 직업으로 알고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해 글을 남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