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거진 [notitle]에 한 달에 한 번 연재되는 편지 시리즈입니다.
to.
잘 지내고 있어?
벌써 겨울이다. 네게 작별을 고한 지도 어느덧 두 해가 지났어.
일어날 수 없을 거라고, 너 없인 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날들이 있지. 이제 어느덧 익숙해져서 그럭저럭 정 붙이고 살 수 있게 됐어. 그래도 그렇게 썩 좋지는 않아. 꾸역꾸역 살아갈 뿐이야. 나는 네가 묻힌 차가운 땅을 오늘도 밟고 일어나야만 해. 내 몸이 꺼지지 않게, 딛고 일어서야만 해. 그래야 네게 부끄럽지 않으니까. 그게 내가 오늘을 사는 이유야.
바람이 몸을 굴리는 계절이 오면, 두터운 코트 사이에 숨기고 있던 마음이 야생마처럼 뛰쳐나올 것 같아. 푸름보다 시린, 깨끗하고 공명한 어느 길을 끝없이 질주하지. 새벽, 어둠에 닫혀있던 하늘에도 눈부신 빛이 열린다면 네가 있는 곳에 닿을 수 있을까. 네가 떠난 겨울이 오면, 그래도 너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겨울은 생각보다 차고 어두워. 널 떠나보낸 어느 밤처럼.
묻고 싶은 말들이 많지만, 묻지 않을래. 그곳은 좀 더 나은지, 이곳보다 따뜻한지. 혹여나 네게서 긍정적인 안부를 듣게 된다면, 겨우 힘을 내 일어선 내 몸이 무너질 것 같아서. 나도 모든 것을 놓고만 싶을 것 같아서.
그래서 있지. 나는 널 위해 기도하지 않기로 했어. 내 생을 포기하지 않도록, 그저 날 위해 기도할 뿐이야. 언젠가 우리가 하늘에서 만난다면, 그때 너에게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싶어. 내가 살았던 삶, 보았던 것들, 그리고 네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모습들을. 그때 너도 내게 말해줄래? 그동안 너의 시간은 어땠는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말이야.
닿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이 편지를 언젠가 네가 읽게 된다면, 답하지 않고 담아둬.
그저 조금만 기다려.
나 이 복잡하고 어지러운 삶을 끝마치고 올라가는 날. 그때, 넌 내게 말해주면 돼.
고생했다고. 참 열심히 살았다고.
그 한마디면 나, 네가 그리워 응어리진 채로 살아왔던 모든 기다림의 시간을 따뜻하게 녹일 수 있을 것 같아.
하루가 넘어갈수록 바람은 차고 세상은 고요해져. 보고 싶다. 한 번이라도 네 손을 잡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나 그래도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는 날, 그때를 기다리며 오늘도 조금씩 견뎌 볼게. 잘 지내, 언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