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날로그에게』92쪽
바닥에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창문 틈으로 찬 기운이 흘러나온다. 몸을 웅크리고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찔러 넣는다. 여느 겨울 때보다 춥고, 시리다.
어느샌가 가을은 여름과 겨울 사이에 얇게 짓눌린 것처럼, 하루 이틀 숨만 쉬다 죽었다. 우리는 가을 같은 계절이었을까. 가을이 사라졌다. 네가 없다. 우리가 죽었다.
초겨울 바람이 은근한 귓속말로 내 마음을 찌른다. 가을이 없어졌다고 한다. 그 서늘한 목소리가 마치, 마지막의 너 같다.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었다. 나는 여름이었고 너는 겨울이었기에, 우리의 온도 차는 분명히 존재했다. 그다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애매한 우리의 계절은 너의 바람대로 끝이 났다.
바람이 분다.
한때 네가 오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차가운 너의 목소리만 담겼다 말하련다.
그립다고 말하지 않겠다.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사랑이었다고 말하지 않겠다.
언젠가 뜨거웠으나
갑자기 식어버린 어느 가을밤 같은 사랑이었다고
나는 말하련다.
그립지 않다, 그립지 않다
가을이 제 입을 틀어막고 조용히 우는 밤
아니, 옛날의 우리가 우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