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착하다는 말

by 조현진

잘못된 식물명에 처음 속은 것은 중학생 때였다. 당시엔 야생화, 그러니까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풀들만을 좋아하고 공부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길가, 꽃집, 학교, 식물원... 어딜 가도 내 눈에 들어오는 건 온통 야생화뿐이었다. 바꿔 말하자면, 야생화가 아닌 식물들, 그러니까 나무, 관엽식물, 원예식물 등은 전혀 몰랐다는 뜻도 된다.


그러던 중, 하굣길에 낯선 꽃 트럭이 왔다. 아파트 담벼락을 따라 이런저런 꽃이 핀 화분을 늘어놓았는데, 그중, 날개하늘나리처럼 보이는 식물이 있었다. 날개하늘나리! 이 식물은 하늘을 바라보고 선명한 주홍색 꽃을 피우는 자생종 나리(백합)이다. 고산지대에서만 아주 드물게 볼 수 있는 꽃이라며, 사람들이 야생화 커뮤니티 게시판에 자랑스럽게 사진을 올리곤 했다.


이상했지만, 반가웠다. 고산지대에나 드물게 자라는 식물인데... 야생화를 전문으로 하는 꽃집에서도 보지 못한 종인데 여기 있을 리가... 그렇지만 눈앞에 핀 주홍색 꽃송이는 게시판에서 본 사진과 꽤나 비슷해 보였다. 이 식물이 날개하늘나리가 맞냐는 질문에 “응” 하고, 아저씨는 짧지만 분명히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저씨의 “응”에서 알모를 찝찝함을 떨쳐낼 수 없었지만, 나는 게시글에서만 보던 그 식물을 살 수밖에 없었다.


트럭에서 사 온 그 식물이, 날개하늘나리가 아니라 그저 비슷한, 흔히 유통되는 원예종 백합 품종이란 걸 알게 되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동호회 게시판의 날개하늘나리는 줄기에 작은 날개가 있었는데, 베란다의 날개하늘나리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제야 날개하늘나리는 하늘나리와 닮았지만 줄기에 날개가 있기 때문에 이름 지어진 것, 그리고 백합은 내가 생각하던 것처럼 하얀 나팔 같은 꽃 외에 다양한 형태로 개량되어 유통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식물 트럭은 이미 떠난 후였다.


식물을 좋아하는 이들은 모두 착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 식물 트럭 아저씨를 떠올린다. 그분이 뻥튀기나 양말이 아니라, 금방 시들고 볼품없어지는, 그래서 딱히 돈이 될 만하지 않은 식물을 실어 나른 이유를 짐작해본다. 아마도 꽃이, 그리고 식물이 좋았던 마음이었을 듯싶다. 그러나 식물을 좋아하던, 그렇지 않던 사람은 그저 사람일 뿐이다. 때론 식물보다 빠르게 시들고 볼품없어진다. 몇 천 원 앞에 오해를 정정하지 않거나, 좋아하는 식물을 그저 파는 상품 정도로 여겨야 할 정도로.


여느 꽃집 주인처럼, 어린 손님을 반가워하는 표정으로 “응” 하던 그 얼굴. 차라리 농장에서 그 주홍색 백합을 떼 오면서 이름을 메모하지 않은 것이길, 민망해서 그냥 아무렇게나 대답한 것이길, 그러니까 그저 식물을 파는 일에 방만한 것이었길 바라기도 했다. 그렇지만 기억 속 그 얼굴은 알려주었다. 사람에겐 늘 정확한 진실만 구할 수는 없다는 것, 그리고 속았다고 미워하며 내 시간을 버릴 필요도 없는 것을.


적어도 이 글으로 맞닿아있는 우리는, 언제나 깨끗한 마음으로 식물의 이름을 서로에게 알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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