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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Jul 24. 2024

즐거움을 기대하는 것에 대해 써라

2024.7.24.


즐겁다.

즐겁도다.

즐거우리라.

지금 즐거운가.

즐거움이란 무엇인가.

음, 재미있다는 것이지.

재미라, 뭐가 재미있을까.

기분이 좋아지고 유쾌한 것,

행복이라 할 수 있는 무언가가

되거나 겪거나 생기는 것, 이건

사람마다 다른데 비슷하기도 하다.


즐거움이 있다는 것,

즐거움을 기대할 수 있다는 건

말 그대로 참 즐거운 일이다.

삶은 고해라고도 하는데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 아니겠는가.

즐거움이란

그것을 누리는 순간도 물론 좋지만

곧 맞이할 즐거움을 기대하는 것도

즐거움 못지않게 즐겁다. 뭐가 있을까.


오랫동안 기다려온 휴가가 다가온다.

좋은 숙소도 잡아 놓았고

맛있는 식당도 예약했다.

하루하루 떠날 날이 가까워올수록

기분 좋은 설렘이 밀물처럼

조금씩 차오른다.

이틀 전, 하루 전으로 다가오던 당일이

드디어 활짝 열렸다.

상상 속 기대는 현실 속 감성으로

환원되어 경험으로 결정을 맺는다.

기대하는 즐거움은

창밖에 펼쳐진 풍경 같다.

보이지만 잡히지 않는 실체,

머릿속에 그려지지만 아직

채색하지 않은 수채화 스케치 같다.

활시위를 길게 잡아당길수록

화살 깃이 활에서 멀어질수록

화살은 더 멀리 나간다.

기대와 현실의 간격이 클수록,

(아, 물론 너무 크면 막연하고...)

꿈꾸는 그리움은 커져만 간다.

손을 떠난 화살은 시간을 가로질러

미래로 날아간다. 원하던 그 어딘가로.

기대는 바람을 타고

추억의 한 자락으로 내려앉는다.

나비처럼 훨훨 진동하던 희망은

탁 트인 전망으로 바뀌고

떨리던 꿈결은

아름다운 미소로 이어진다.


물론 이런 특별한 날도 좋다.

그런데 일상의 작은 기대,

즐거움을 기다리는 것도 좋다.

읽고 싶던 책을 읽고

쓰고 싶던 글을 쓰기,

걷고 싶던 길을 걷고

뛰고 싶던 트랙 뛰기,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잠 깨기나

피곤한 몸을 누이고 단잠에 빠지기,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거나

길 가다가 풀벌레 소리 녹음하기,

맛있는 거 만들거나 시켜 먹기,

혼자도 좋지만 같이 먹기 등등.


즐거움이라, 봄바람이 부는 느낌이다.

대기의 웃음이 볼을 문지른다.

마음이 뽀송, 몸이 가뿐하다.

즐거움이라, 비행기 타는 기분이다.

좌석에 앉아 활주로를 내달리는 감각,

기대하는 설렘처럼 떨려오네.

점점 빨라지던 기체는

하늘의 일부로 녹아 공기처럼 떠오른다.

기대감 가득했던 과거라는 땅에서 솟구쳐

지금 이 순간 속으로 빠져든다.

구름을 헤치고 맑은 공간으로 파고든다.

매 순간 지나가버리는

현실의 마디마디를 지나

앞선 미래로, 지난 현재로, 다가올 과거로

끊임없이 떠도는 생각,

바로 즐거움을 기대하는 마음이다.


즐거움을 기대하는 것에 대해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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