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오셨어요?' 그가 물었다

2024.8.14.

by 친절한 James


"다 왔어, 5분 후 도착."

짧은 통화를 끊고 종종걸음을 더했다.

5년 만인가. 시간 빠르다.


1과 2는 대학교 교양 수업 때 처음 만났다.

2인 1조 과제 준비를 하며 가까워졌다.

시간을 내 식사도 하고

교외 나들이도 다녔다.

2의 자취방에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청춘을 반짝이며 꿈을 그리던 나날.


"그래, 그랬지."

20대의 추억이 아련하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걸까.

1은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카페 문을 열었다.

앙증맞은 종소리가

시원한 바람 속을 파고들었다.

가을이라지만 아직 낮은 좀 더웠다.

해가 저물어가는 늦은 오후의 걸음을

반겨 주는 경쾌한 선율과 포근한 향기. 좋은데.

카페 안쪽 창가 가장자리에 있던

2가 손을 번쩍 들며 흔들었다.

반가움 가득 웃는 얼굴, 좋아 보이네.

1도 손을 들어 인사했다.


"야, 정말 오랜만이다.

무슨 좋은 일 있니? 예뻐졌네."

"너도 보기 좋은데. 많이 기다렸지?"

"아니, 나도 금방 왔어.

여기 분위기 참 좋다. 역시 넌 안목이 있어."

"뭐 좀 마실까?"

"주문했어, 우리 자주 마시던 걸로."

"아, 그래? 잘했네."


세월이 지나도 2의 매력은 여전했다.

생기가 있다고 할까.

붙임성 좋은 활달함.

남녀 모두에게 예쁨 받았지.

그럴 만하고.


"야, 넌 그동안 어떻게 연락 한 번 없었냐?"

"네가 자리 잡을 때까지 신경 쓸 것도 많고

많이 바쁠 것 같아서..."

"그래도 연락은 해볼 수 있잖아. 난 좀 섭섭했다."


2는 항상 그랬다.

서운하다는 감정도 사랑스럽게 표현할 줄 알았다.

뾰로통한 입술마저 귀여운 너.

그때도 지금도 매력이 넘치는구나.

풍요와 사랑 속에 자라서 저런 게 아닐까,

때로 세상은 공평하지 않은 것 같다고 느낀다.


"유학 생활은 어땠어?"

"말도 마. 사실 너도 알지만

내가 원해서 간 게 아니었잖아.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어.

많은 일이 있었지. 그걸 다 이야기하려면...

아, 내 정신 좀 봐. 이거..."


1의 손에 선뜻 쥐어진 종이 가방.

고급스러운 연분홍 표지가 반짝거렸다.

이게 뭘까. 책 세 권이 보라색 끈에

나란히 묶여 있었다.

피에르 르메트르 프랑스어 원서다.

2가 웃음 가득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우리 같이 프랑스어 공부하던 추억이 생각나서.

돌아오기 전 무슨 선물을 살까 하다가 골라봤어.

사실 나도 다 읽지는 못했는데, 네가 읽고

얘기해 주면 참 좋겠어. 예전처럼."


요즘 책을 안 읽은 지가 오래되었는데

그것도 원서를 읽어보라니.

번역본이랑 같이 봐야 할 듯.


10년도 더 지난 그날,

어색한 웅성거림이 가득했던 교실,

그리고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던 때,

과제 준비로 이야기를 꺼내려다가

나와버린 말 한마디,

'수업에 혼자 오셨어요?'

그가 물었다.

그래, 그랬구나.

그때부터 시작되었구나.

지금까지 이어진 이 인연이.


혼자 오셨어요? 그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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