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구석구석 국내 봉사 이야기 5

그대라는 그리운 섬을 찾아서

by 친절한 James

1. 첫 봉사 이야기

2. 2박 3일의 추억

3. 당일치기 봉사도 있네

4. 5번이나 방문한 그곳은

5. 바다를 넘어 섬으로

6. 노력봉사는 뭘까

7. 시상식을 가보자



1박 2일 봉사는

하루 묵을 곳이 필요하다.

보통 봉사지와 가까운 모텔에서

2인 1실(때로는 1인 1실)로 머문다.

하지만 때때로 특별한 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도 한다.


2014년 6월 경북 영천 봉사 때는

보현 자연수련원에서 지냈다.

폐교를 청소년 야영장으로 꾸민

이곳에서 숙박과 봉사를 했다.

즐거운 오리엔테이션 뒤

봉사자분들과 운동장에서

밤하늘 가득한 별들을

맞이하는 새벽 산책이 유쾌했다.

오랜만에 와보는 학교에서

잠을 자는 기분이 신선했고

보현산을 뒤로하고

기룡산을 바라보는

아침 풍경이 상쾌했다.

면사무소의 도움으로

어르신들을 전세버스로 모셔와

수련원에 마련한 공간에서 봉사를 했다.


그해 9월 경북 군위 봉사 때는

군위 남천 고택에서 휴식을 취했다.

아기자기 길게 이어진 돌담길을 따라

'ㅁ'자형 6칸 규모의 한옥집을 찾았다.

'1박 2일' 프로그램에 나온 곳에서

1박 2일을 하는 기분이 즐거웠다.

아침 일찍 일어나 양반처럼

뒷짐 지고 한옥 주변을

천천히 거닐어본다.

고즈넉한 가옥과

아름다운 자연이

편안하게 어울린다.

제2석굴암과 동산계곡,

한티재와 각종 고찰이

가까이에 위치한다.

봉사는 일연공원에

캐노피 천막을 설치하여

시원한 야외 봉사를 했다.




5. 바다를 넘어 섬으로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않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중략)

그래도라는 섬에서
그래도 부둥켜안고
그래도 손만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강을 다 건너
빛의 뗏목에 올라서리라
어디선가 걱정 근심
다 내려놓은 평화로운
그래도 거기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김승희 시인의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라는 시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자연은 '산과 바다'다.

국토 면적의 약 70%가 산이고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지리의 특성 때문일까.


봉사 활동은 의료 소외지역에서 이루어지는데

이런 곳은 도심을 벗어난 곳이 대부분이다.

자연스레 봉사와 자연이 만남을 이룬다.

그래서 봉사에 더 끌렸는지도 모른다.

지금껏 국내 수많은 봉사지 가운데

섬 지역 일정에 종종 다녀왔다.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한다."는

논어의 한 구절처럼

(지자요수 知者樂水 인자요산 仁者樂山)

지혜로워지고 싶은 마음에

큰 물이 있는 봉사지에서

(원래는 강 江을 뜻하지만 강이 모여 바다가 된다는 억지)

이왕이면 배도 탈 수 있는

섬 봉사를 신청했다.


지금껏 참여한 곳을 정리해 보자.

2013년
10월 전남 완도 평일도
2014년
8월 전남 신안군 암태도
11월 경남 통영 욕지도
2015년
8월 인천 옹진군 덕적도
11월 경남 통영 사량도
2016년
8월 충남 보령 호도
9월 전남 진도
10월 경남 통영 욕지도
11월 경남 통영 욕지도
2017년
9월 경남 거제도
2018년
9월 전남 진도


첫 봉사지는

평일도의 금일중학교였다.

서울에서 완도와 고금도, 조약도(약산도)까지는

차편으로 이동하고 당목항에서 배를 탔다.

예상보다 적은 인원이 방문하여

한 분 한 분 여러 분야에서

세심하게 봉사를 했다.


신안군 암태도와

통영 욕지도, 사량도는

이전 브런치에 담아보았다.

남해의 풍경과 감성을 물씬 담은

지난 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꾸미기]덕적도.jpg

옹진군 덕적도 봉사 때는

특별한 이동 수단에 탑승했다.

토요일 오전 서울에서 출발하여

정오쯤 인천 연안부두에 도착했다.

바다를 바라보며 점심을 먹고

중부해안경비안전본부의 도움으로

공기부양정(호버크래프트)을 탔다.


본부 건물에서 바다로 이어진 전용 활주로에

우렁찬 엔진음을 BGM으로 공기부양정이 나타났다.

정말 저 배를 타고 섬으로 간단 말이지.

봉사단을 태운 특수 구난 9호정은

수면 또는 지면에서 1~2m 떠서

최대 45노트(약 83Km/h)로

바다를 가로지르는데

파도를 타지 않았다.

이것은 배인가 비행기인가.

그리 오래지 않아 섬에 도착했다.


의료 봉사 준비와 업무분장, 숙소 배정을 마치고

덕적도의 자연을 마음껏 누렸다.

아름다운 백사장을 품은 서포리 해변에서

육지 생활에 젖은 몸을 담그고

서포리 소나무 숲 데크길을 거닐며

여유로운 산림욕을 즐겼다.

현지 식당에서 먹는 저녁도 꿀맛이다.

자전거를 타고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단체로 자전거 도로를 따라서

섬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시간이 참 느리게 가는 듯

서해의 밤이 저문다.


진1리 다목적회관에서

의료 봉사를 잘 마치고

다시 해변으로 향했다.

다른 섬 봉사와 달리

승선 시간에 쫓기지 않았다.

공기부양정이 백사장 위로

올라와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지원자가 많아 봉사 신청이 일찍 끝났는데

운 좋게도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덕분에 백제 근초고왕 때부터

해상활동의 거점이었던 역사적인 섬에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다.


[꾸미기]호도.jpg

호도에서의 시간도 특별했다.

한 달 전 원산도 봉사에 선발되어

봉사 버스에 탑승했다가

현지 기상 악화로 일정이 취소되었다.

기존 선발자를 우선 배정하여

다시 서해 바다를 찾았다.

작년 호도 봉사도 날씨 문제로

무산되었다는데 이번엔 운이 좋았다.


대천연안 여객선터미널에서

1시간 배를 타고 호도(狐島)에 도착했다.

섬이 여우를 닮아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차가 들어갈 수 없어 부둣가에 줄지어 있는

리어카와 4륜 오토바이가 봉사단을 맞이한다.


민박에 짐을 풀고

고운 모래와 긴 백사장이 기다리는

호도 해수욕장에서 시원한 바다를 만끽했다.

모래가 정말 곱고 부드러워

물에 닿으면 스르르 녹아버릴 것 같다.

옅은 올리브빛 맑은 파도에

둥실둥실 몸을 맡기고

햇살 가득한 여유를

마음껏 즐겼다.


은어처럼 투명하고 주둥이가 긴

초록빛 작은 물고기들이 많다.

꽁치 치어라고 한다.

움직임이 날쌔

잡히질 않네.


민박에서 리우 올림픽 시청과

저녁 식사를 마치고

2층 옥상에서

치맥 과자 모임을 가졌다.

단체 게임으로 서먹함을 줄이고

스마트폰 플래시와 음료수병을 이용한

색색 야외 조명으로 운치를 더했다.

함께 해변을 거닐다가

폭죽 불꽃놀이 야간 개장도 했다.

선선한 바닷바람과 아롱아롱 별무리가

선명한 아름다운 시간이다.


호도 노인정(1층)과 복지회관(2층)에서

봉사를 시작했다. 에어컨이 묵언 수행 중이라

화끈한 시간이었다. 건물에서 유일하게

냉방 시설이 있는 치과 방에서

봉사단은 돌아가며 틈틈이 더위를 식혔다.


봉사를 마치고 배를 기다리는 시간,

섬마을을 비추는 나른한 오후 햇살 속

새끼 고등어들에게 쫓기는 거대한 치어 떼가

물결치는 홀로그램인 듯, 비주얼 아트 같다.


[꾸미기]거제.jpg

진도와 거제도는 섬도 크고

배를 타지 않아 느낌이 또 달랐다.

봉사를 마치고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많지 않아 조금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가을의 문 앞에 기대어

부푼 기대감을 가득 안고

긴 시간을 달려 울돌목을 건넌다.

진도대교 위에서 내려다보는

남해(또는 서해)는 이미 어두웠지만

바다의 낭만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한적한 무인텔에서 북적북적 OT와

한가로운 밤 산책을 즐겼다.

한 번은 서경 노인복지관에서,

다음 번은 의신초등학교에서

소중한 봉사 시간을 가졌다.

돌아오는 길이 뿌듯했다.


거제대교를 지날 때도 바다 기운이

버스를 감쌌다. 숙소가 번화가 근처라

늦은 시간에도 들뜬 기분이다.

봉사단은 시내에서 바다향 가득한

저녁과 간식을 함께 나누었다.

다음 날 옥포2동 주민센터에서

소중한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돌아오는 길이 보람찼다.


매년 봉사를 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계절의 변화를 체감한다.

흩날리는 봄꽃을 맞으며 시작한 일정이

이제는 제법 쌀쌀해진 바람을 맞으며

어느덧 한해의 막바지에 다다랐음을 느낀다.

너와 나,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은

가슴속에 아스라이 번지는 추억이 되고

아직 못다 한 인연의 끈을 다음으로 미루며

지난 그리움을 마무리해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