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소리가 내 정신을 고양시킨다-헨리 데이비드 소로
2024.9.22.
by
친절한 James
Sep 22. 2024
날이 저물어간다.
아침해에 눈을 뜨며
시작한 하루가 닫히고 있다.
또는 닫혀있던 시간이
새롭게 열리는 때다.
햇살이 그치고
어둠이 짙어오는 저녁을 맞이한다.
모든 시간에는
자신만의 소리와 리듬이 있다.
그 고유의 특성이기도 하고
그 속에 사는 사람의 느낌이기도 하다.
해가 뜨는 소리를 들어 보았나.
잔잔히 바스락거리던 빛알갱이들이
지평선과 수평선을 두드리다가
하늘과 땅을 눈부시게 쓸어 담는다.
어둠을 깨우는 새소리가 바람에 실려
꼬마들의 머리칼처럼 흩날린다.
이젠 제법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새벽,
이슬에 물든 풀숲을 가로지르면
머릿속에 박힌 졸음이 쏙쏙 빠져나간다.
아침 산책의 풍경은 저녁으로 이어진다.
비슷한 밝기라도 아침과 다른 느낌,
찬란한 빛의 영광이 사그라들고
휴식의 어둠이 내려앉았다.
또 다른 반짝임을 대비하는 시간일까,
새로운 어둠을 펼쳐내는 시간일까.
낮은 밤을 준비하는 기간이고
저녁은 이를 돕는 순간일까.
차분한 마음으로
저녁의 소리를 만끽하며
산책길을 나섰다.
맨발로 걸어볼까.
까슬까슬한 모래 알갱이들이
사각거리며 발을 간질인다.
새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데
고요의 선율이 바닥에 깔리며
걸음걸음마다 섬세한 잔물결이
따라오는 것 같다.
하루 일들이 파도처럼 일었다 사라진다.
스르륵, 밤이 물드는 소리다.
얇은 천이 더하고 겹쳐져 색이 짙어지듯
어둠에 어둠이 입혀지며 밤의 감촉이 깊어간다.
외부에서 들려오던 소리가 잦아들고
내부에서 퍼져 나온 소리가
귓가에 닿아 떨려온다.
걱정거리일 수도 있고
희망사항일 수도 있다.
아, 말간 꿈이 뽀드득 미끈거리는 소리다.
잠든 아이디어가 깨어나고
수줍은 사랑이 봉우리를 틔우는 음정이다.
그렇게 저녁의 소리가
내 정신을 고양시킨다.
저녁의 소리가 내 정신을 고양시킨다
keyword
저녁
고양
정신
Brunch Book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연재
365일 작가연습 프로젝트 10
15
우리가 친해지고 난 후에
16
불 같은 언어로 써라
17
저녁의 소리가 내 정신을 고양시킨다-헨리 데이비드 소로
18
그것을 지하실에 보관해 두었다
19
훔친 차를 몰고 운전하기
전체 목차 보기
이전 16화
불 같은 언어로 써라
그것을 지하실에 보관해 두었다
다음 1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