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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Nov 16. 2024

여행의 끝에서

2024.11.16.


"찌이익~"

캐리어 지퍼를 여는 소리는

여러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어디론가 떠나야 할 때

기대 한 스푼에 걱정 반 스푼을 섞어

'설렘'이란 스무디를 휘젓는다.

작은 회오리 속 거품들이 아직 남았을 때

감정을 이어갈 짐을 캐리어에 넣는다.

지퍼가 열리는 소리는

젖을 보채는 아기 울음소리 같다.

배를 든든히 채워 주어야 한다.

부족함 없이, 빠뜨림 없이, 그러나

지나치지 않아야지. 과유불급이니까.


오페라의 경쾌한 서곡처럼

길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날씨는 제법 쌀쌀하지만 기분이 좋다.

짧은 여행도 좋고 긴 일정도 매력적이다.

비행기나 버스, 기차를 타기도 하지만

새로운 곳을 둘러보는 참맛은

걷기 가운데 있지 않을까.

조금 늦을 수도 있고

많은 곳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여행은 양도 중요하지만

순간의 느낌과 영감을 맞이하는 찰나,

'새로운 거듭남'을 마주하는

양질의 기회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풍경과 삶을 체험하고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게 된다.

나의 생각과 행동이

항상 옳거나 틀린 건 아니고

상황과 배경에 따라 다를 수도 있음을 배운다.

여행 중에는 사진도 찍도 동영상도 담는다.

글을 쓰기도 한다. 일기나 편지, 또는

이메일이나 블로그, 브런치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추억 보따리를 가슴에 담아 돌아온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여행의 끝에서 새로운 꿈을 꾼다.

이런 말이 있다.

'서곡'은 이미 다

이루어진 것에 대한 예언이라고.

작곡가는 곡을 다 쓰고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을 담아 서곡을 쓴다고 한다.

서곡의 연주 순서는 맨 처음이지만

제작 순서는 맨 마지막이다.

책의 서문도 대개 그렇다.

여행이나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끝에 가 봐야 지나온 흔적을 돌아보며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다시 새로운 서곡을 쓸 수 있다.

이런저런 이유도 결국은 지나가고

아름다움이 남는 삶, 그런 날들을

지금부터 하나씩 채워나가자.


여행의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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