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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Dec 19. 2023

편도 차표

2023.12.19.


"G로 가는 막차 한 사람이요."

"편도로 드릴까요?"

"아... 네."

얼마만인가.

고향은 아니지만

청춘의 한 움큼을 담아내었던 곳,

호젓한 풍경 한가운데에서

시끄러운 고요를 찾아내던 곳,

그곳에 간다. 언제 돌아올지는 모르겠다.


스마트 시대지만 여기 갈 때는

한 번도 인터넷으로 표를 예매한 적이 없다.

분명한 건 돌아오는 차편은

반드시 종이 티켓을 끊어야 한다는 거.

현금 결제만 되던 곳인데

요즘은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여기 가려면 경유가 필수다.

차가 있으면 상관없겠지만

나는 상관이 아주 있다.

집 근처 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1시간 10분 달리면 W터미널에 도착하는데

여기서 버스를 갈아타고 다시 1시간을

더 가야 한다. 아니면 집 앞 정류장에서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1시간 뒤에

D터미널에 내렸다가 환승해서

1시간 반을 더 졸면 도착한다.

둘 다 괜찮았는데 전자가

더 여행 느낌이 나긴 했지.


아직 차가 출발하려면 30분 남았다.

몇 번 왔었지만 아직 어색한

W 터미널을 좀 둘러볼까.

약간 출출하긴 한데

밥을 먹기는 좀 그렇고

어묵이나 몇 개 뜯어야겠다.

뜨뜻한 국물을 호호 불어 마시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쁘게 지나가는 무표정들이

신호에 멈췄다가 다시 움직인다.

해는 곧 질 것 같고

바람은 점점 더 불어오고 있다.

이제 다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지.

차를 타고 꿈과 현실 그 사이를 맴돌다

목적지에 도착했다.


깊은 산속 저녁 공기가 선선하다.

여기서도 한참 걸어 올라가야 한다.

셔틀버스가 있지만 오늘은 몸소 가 볼까.

아, 셔틀도 저 밑에서 여기까지만 왔었지.

위로 올라가면 휴대폰이 잘 안 된다.

공중전화가 있지만 쓸 일은 없었다. 

한참을 걷다가 주머니에 넣어 둔 

차표를 꺼내 보았다. 

절취선에 맞춰 잘린 반토막. 

나의 탑승 증명이 되고

발행 목적을 끝낸 종이 조각.

나는 내 삶에서 

무슨 조각을 찾고 맞추려고

여기까지 왔을까. 

별이 금방 떠올랐다. 

자연 속에서 푹 쉬면서

그 답을 찾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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