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친절한 James
Dec 20. 2023
"벌써 12월이다. 곧 내 사랑 생일이네."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태어난 사랑의 기쁨,
평화로이 분유를 먹고 막 잠에 든
아기를 안고 있던 아내가 말했다.
"시간 참 빠르지? 조금 있으면 새해가 되네."
"그러게, 이번 생일에 받고 싶은 선물 없어?"
1년이 다 지나간다.
내리막길을 내달리듯 가속도가 붙는 기분이랄까.
연초만 해도 한참 남은 것 같던 한 해는
달이 지날수록 점점 더 빨리 흘러가는 것 같다.
올해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소중한 아기를 만난 것만으로도
이미 큰 선물을 받았다.
"선물? 음, 글쎄..."
난 평소에 갖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게 별로 없다.
선물도 지금껏 아내가 알차고 알맞게 잘해 주었다.
내가 뭘 요구를 한 적은 없었는데 이번엔 달랐다.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기에.
"나 그거 갖고 싶어. 세상의 모든 음악 음반세트."
벌써 4년 전인가 보다.
보건소에서 코로나19 대응 업무로
야근은 일상이고 새벽 퇴근도 잦아졌다.
3년 넘게 끝이 보이지 않는 하루하루,
그 와중에 코로나19를 주제로
대학원 졸업 논문까지 쓰다 보니
진짜, 정말로 지치고 힘든 나날이었다.
진 빠진 귀갓길을 달래 줄 무언가를 찾아보았다.
너무 요란스럽지 않게, 마음을 다독여 줄 음악.
라디오 주파수를 돌리다 만난 KBS 클래식 FM.
출퇴근길에 큰 위로와 힘이 되었다.
점심시간에도 틈틈이 들었다.
사무실에서 계속 틀어놓으면 좋겠다.
집에서 쉴 때는 그렇게 하는데 말이야.
감사하게 라디오에서 많은 선물을 받았다.
'목요일 출발 퀴즈'에 당첨되어 상품권도 받고
'가을편지' 사연에 선정되어 기념 앨범도 받았다.
'유자왕 피아노 리사이틀' 공연 관람의 기회도 얻어
3시간 가까운 음악 축제를 아내와 함께 누리기도 했다.
본 공연만큼 긴 18곡의 앙코르 무대,
이런 아름다운 반칙, 멋지다.
생일 아침, 잠에서 깨어 거실로 나오니
알록달록 다양한 모양의 수제 안내표가
방문에서 현관까지 이어져 있었다.
감동 어린 글귀를 따라가니
예쁜 선물 상자 속에서
빨간 음반세트 박스가 반짝거렸다.
언젠가 방송에서 아이를 편견 없이 키우려고
어릴 적부터 클래식을 들려준다고 들었는데
이제는 우리 세 식구가 세상의 모든 음악
20주년 기념음반 12장을 차례로 듣고 있다.
아, 그리고 정성스레 쓴 손편지와
수제 케이크는 울컥한 나를 울게 하소서.
아름다운 환희의 송가가 가슴을 적시네.
방황하던 겨울 나그네에게 햇살을 선사해 준 그대,
이 얼마나 아름답게 빛나는 샛별인가.
나는 진실로 기쁩니다. 내 사랑에게 아베 마리아.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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