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매주 수요일 마다 작은 봉고차에 꽃을 싣고 찾아오시는 아저씨가 계신다. 올때마다 다른 종류의 꽃들을 뭉텅이로 가져 오셔서 편의점 앞에 차양막을 치고 꽃을 파신다. 꽃집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싱싱하고 이쁜 꽃들을 구입할 수 있어서 동네에선 나름 핫플레이스다.
덕분에 수요일만 되면 동네 맘 카페에는 꽃아저씨 오셨다는 통신이 올라오고 출근길에 들러 꽃을 사가는 직장인, 유모차를 밀고 등원길에 들리는 아기엄마, 세수도 안하고 와서 꽃을 사가는 아주머니, 부인 심부름으로 꽃을 사러오는 아저씨까지, 골목은 오래도록 북적거린다.
나도 수요일에는 일부러 자전거로 출근한다. 조금 일찍 나오면 꽃아저씨한테 들릴 수 있다. 이번 주는 가을답게 소국를 많이 챙겨오셨다. 익숙한 꽃만 집어들자 새로 가져온 꽃도 사보라며 추천해주셨다. 이름을 묻자 뭐라고 답해주셨는데, 금방 까먹었다. 그렇게 하얀 꽃 한 단, 국화 몇 단을 사서 출근했다. 앞으로 몇주간은 국화향을 맡을 수 있다. 풍성한 국화 한 단을 사천원으로 만끽할 수 있다니, 가성비 좋은 수요일의 꽃가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