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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Dec 12. 2022

의사가 10키로를 빼랍니다.

  한 달 전쯤 했던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습니다. 3년 사이에 체중이 많이 불었으니 당연히 비만관련 얘기가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고지혈도 있고, 고콜레스테롤도 있다는군요. 거기에 절주와 운동권유. 그렇죠. 누구라도 해줄 법한 이야기가 결과지에 써있었습니다. 예상한대로입니다. 모를수가 없지요 뭐.......


  그리고 제 눈에 박힌 한 가지. 지금 체중에서 10키로는 빼야 적정체중이랍니다. 어쩜, 제가 딱 10키로 늘었다는 걸 걸 어찌 알았을까요. 의사가 빼라는데, 빼야죠, 빼면 좋죠, 그러니까, 뺄 수 있다면요. 


   무튼 10키로를 빼라는데. 돈 안 쓰고 저 혼자 먹는거 줄이고 운동하면 저게 될까요? 어제 저녁만해도 어마어마하게 먹었는데요. 루시아님 댁에서 힌트 얻은 짜슐랭에다가 낮에 수육해먹고 남은 앞다리살 썰어서 같이 볶아넣은 짜장라면 한 대접을 먹었고요. 거기에.......파김치.......총각김치........김장김치 나트륨 삼대장 같이 먹었지요. (원래 짜장라면에는 짭잘한 김치들이 국룰이잖습니까!)

  그 다음에 장수막걸리 두 병을 따서 오이와 양파를 썰어 넣고 양념고추장에 무친 골뱅이소면으로 술상도 차려먹었어요. 후식은...카스테라 한 조각 먹었군요. 그래도 아침은 간헐적 단식인 셈치고 안 먹었다고요. 점심을 많이 먹고 오후 간식을 먹어서 그렇죠. 지금은 목아프다는 핑계로 달달한 수제 대추생강차 한 잔 마시면서 잠시 쉬고 있습니다. 아, 글을 쓰고 있는겁니다, 쉬는게 아니라.

  

  자, 진지하게 다시 한 번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10킬로그램. 뺄 수 있을까요? 가능할까요?

  우선 밥을 반으로 줄이고, 저녁에 먹는 술을 끊고, 자기 전에 나가서 동네 한바퀴씩 돌면...살이 빠질거라는데......떠오르는 명언이 하나 있습니다. 저 어릴때 친정 엄마가 해주신 말씀입니다. 

  사람이 혀의 말을 다 들으면 가난을 면치 못한다.

 

  먹고싶은거 다 먹고 살면 돈을 못 모은다는 의미로 농사지으시던 외할아버지가 해주신 얘기래요. 그 말이 새삼 떠오릅니다. 저는 이렇게 재해석하고 싶습니다.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면 살이 안 빠진다.


   나이들면 먹고 싶은 것도 없다지만, 저는 아직 이팔청춘인가봅니다. 어쩜 먹고 싶은게 이렇게 많은거죠? 때마다 철마다 날씨따라 기분따라 먹고 싶은 것들이 새록새록 생겨나서 살 빼기가 힘든 식탐쟁이입니다. 10키로를 줄이기 위해선 인간 본성을 거스르며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야할 것 같습니다. 


  술도 끊고 운동을 해야겠는데, 사실 돈 들여 헬스나 요가 같은 프로그램을 등록하지 않고서는 저 같은 의지박약은 제대로 운동 못할게 뻔합니다. 그런데 투자할 여윳돈은 없고. 스스로할 독기는 부족하고....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딜레마를 극복해야 미래가 있는거겠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살아야죠. 패딩점퍼 입고 마스크쓰고 주구장창 걸을랍니다. 걷다보면 붕어빵도 보이고, 걷다보면 호떡집도 나오고 걷다보면 도넛가게와 베이커리와 저가 커피숍들이 마구마구 보일텐데...그래도 계속 걷다보면....;;;;;;;

...걷다가 더 찌는건 아니겠죠?


  

  제 몸을 위해서는 움직이는게 귀찮아도 자식놈 건강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같이 움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큰아들도 비상이거든요. 아무리 성장기라지만 몸무게가  더 이상 늘면 감당이 안될 상태라서 아들 겨울방학기간에는 어떻게든 운동을 시켜볼 요량입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같이 움직이는거겠죠. 그러니 둘이 같이 손잡고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다보면 최소한 더 찌지지는 않겠거니 생각하고 있습니다.


  의사말 들어서 손해볼 거 뭐 있겠습니까. 10킬로 빼라는데 빼봐야죠. 지금 제 모습으로는 1키로 빼는 것도 어려울 것 같지만, 절절 끓는 모성애를 핑계로, 아드님 미모를 핑계로 조금 움직여봐야겠습니다. 


  올 겨울, 곰처럼 비축해둔 지방들을 끌어다 쓰면서 조금쯤 홀쭉해지길 기대해봅니다. 

  한 달에 1키로 씩, 1년 목표로 한 번 도전해 볼까요? 

(그 전에 절대 못한다고 몸부림치는 제 속마음 좀 어떻게 해야겠습니다. 크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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