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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Dec 27. 2022

추운날에는 이불 속으로 가자

저 고양이처럼

추위가 시작되면서 위아래로 내복을 껴입기 시작했다. 마른 사람이라면 몇 겹을 입어도 티가 안나겠지만, 안그래도 살집있는 몸매를 지닌 나는 내복을 겹쳐 입고 기모바지에 니트류 겉옷까지 입으니 딱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히어로에 나오는 베이맥스같은 꼬라지가 된다. 걸을 때 팔이 벌어져서 도무지 몸통 옆에 붙지를 않는다. 남편은 패딩까지 입고 출근하는 나를 보고 미쉐린 타이어 로고 같다고 놀렸다. 나도 움직일때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다. 뚜벅이 출근족은 패션보다 방한이 우선이다. 오늘도 목도리와 장갑까지 야무지게 챙겨서 뒤뚱뒤뚱 길을 나선다.


학교는 춥다. 믿기어렵겠지만 아이들이 하교하고나면 난방을 꺼버리는 학교도 있다. 교실은 난방이 되지만 복도는 시베리아 벌판 처럼 추운 곳이 학교인지라 아무리 껴입어도 덥다거나 과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렇게 껴입은 내복은 내년 4월이나 되어야 벗을 수 있다. 오늘도 입은 옷을 세어보니 속옷부터 조끼까지 위에만 다섯겹이다. 그런데도 어제처럼 두꺼운 기모맨투맨이 아니라 얇은 목폴라를 입고 긴 니트조끼를 입은 탓에 팔뚝이 시리다. 수업중에 자꾸 패딩을 입었다 벗었다한다. 따뜻한 물이라도 마시려면 전열기구가 있는 다른 교실까지 가야하고, 또  그렇게 커피를 많이 마시면 온수도 잘 안나오는 화장실을 자주 가야해서 추운 날엔 그것도  고역이다. 쓰면서도 서글프다.


학교가 추운건 난방탓만은 아니다. 아귀가 맞지않아 바람이 새어들어오는 창틀, 오래되고  차가운 시멘트 벽,거기에 방역과 환기를 위해 자주 여닫는 문까지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 그래도 아이들은 넘치는 에너지로 추위도 아랑곳않는다.  반에 한둘은 한 겨울에도 반팔에 맨발인 아이가 있다. 혹시나 아동학대나 방임일까 걱정되어 물어보면 다들 하나도 안춥다고 답한다. 한 술 더 떠 자기는 덥단다. 엄마들은 속이타고,  뼈까지 시린나는 보기만해도 춥다. 엄살 아니다.


이 추위를 견디고 핫팩으로 손을 녹여가며 하루를 보냈다. 집에 가면 침대에 올라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만 있어야지. 적어도 두 시간은 꼼짝않고 몸을 녹일거다.  작은 아이를 껴안고 있으면 더 좋겠지. 그 후의 일은 그 후에 생각하자. 추운 날 따뜻한 이불을 떠올리니 몸속 어딘가에서 작은 온기가 올라온다. 부지런히 돌아가자. 퇴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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