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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Jul 17. 2023

월요일 아침 출근길

앱으로 버스도착시간을 확인했다. 4분에서 5분 남았다. 이 정도면 버스가 신호대기중이면 다행이지만 아니라면 정류장까지 뛰어야한다. 엘레베이터가 열리자마자 바쁘게 내려섰다. 바깥은 비온 흔적이 가득해서 나무들은 진한 초록 공기를 내뿜고 시야는 흐릿했다.


빠르게 걷는데 바닥에 죽은 지렁이가 보였다. 태양빛에 말라죽은 건 아니고 누군가의 발에 밟힌듯 납작해져 있었다. 내가 지나가자 그 위에 있던 파리들이 급히 날아갔다. 날아간 파리 뒷쪽으로 주말동안 수거되지 않은 재활용봉투들이 커다랗고 노란 쓰레기통 앞에 지저분하게 쌓여있다. 쓰레기통 뚜껑을 열고 그 안에 넣기만 하면 되는데, 몇 몇 사람들은 그게 귀찮아서 그냥 통 앞에 두고간다. 통 앞에 쌓여있으면 다음 사람도 통 안에 넣으려 하지 않고 그냥 그 옆 바닥에 두고 가버린다. 처음이 중요하다. 아침 출근길에 집어넣고 가기엔 너무 많은 갯수의 봉투들이라 눈 딱감고 그냥 지나간다.


서둘러 정류장을 향하는 중, 어디선가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뭣때문인지 한껏 짜증이 난 울음소리, 아직 언어를 익히지 않은 아가의 소리다. 어느 집 아기일까? 목청껏 울어대는 아가를 안고 엄마는 아침부터 땀을 흘리며 애를 쓰고 있겠지. 아가들의 울음소리가 다 똑같이 들려서 뭘 해줘야할 지 몰라 허둥대던 때가 있었다. 지금이라고 들으면 다 알수는 없겠지만, 졸린지, 배가 고픈건지, 기저귀가 불편한 건지 당황하지 않고 차례로 살펴볼 정신은 될 것 같다. 노련과 동시에 노쇠해 져서 더이상 육아는 어렵겠다만.


정류장에 도착하니 아직 버스는 오지 않았다. 나처럼 시간을 확인하고 서두른 사람이 또 있다. 내가 오는 방향과 반대편에서 뛰어오는 사람이 보인다. 나와 같이 버스를 타고, 나보다 한 정거장 먼저 내리는 남자다.  일주일에 서너번은 얼굴을 보지만 아는 척은 하지 않는다. 뛰어서 정류장에 오더니 마스크를 벗고 내 옆자리에 털썩 앉아 핸드폰을 꺼낸다. 나도 같이 핸드폰을 꺼내 이 앱 저 앱 켰다 닫았다 하며 버스 도착 시간을 확인한다.


빈둥대는 주말을 보내고 난 월요일 아침은 몇 배로 더 버겁게 느껴진다. 아직 시동이 제대로 걸리지 않아서 그런걸까. 일하기 싫어서 그런걸까. 생계형 직장인이라 출근할 수 있다는게 감사하기만 한데도 이렇게 끌려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때가 있다. 오늘은 도착하자마자 머그컵에 카누와 맥심을 한 봉씩 넣고 라떼를 타서 마셔야겠다. 그러면 기분이 조금 좋아질 것 같다. 버스가 온다. 출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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