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물건을 살 때나 모르는 사람하고도 쉽게 말하는 엄마가 부담스러웠다. 나는 창피하고 부끄러운데 아줌마들은 어쩜 저리 쉽게 말을 건네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까 싶었다.
브런치나 블로그에도 보면 타인의 일에 쉽게 끼어드는 윗세대에들과 불쾌한 사회적 거리에 관해 토로하는 글들도 꽤 많다. 아이 옷차림이 날씨에 비해 조금만 얇거나 두꺼워도 와서 말을 걸며 참견하는 오지라퍼들에 대한 불편함. 나도 그런 ‘어르신’이나 문화에 대해 비판적이었는데, 어느새 나 역시 그런 모습이 되어가고 있음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연일 한파라고 뉴스에서 나오고 있던 날이었다. 동화책 <똥볶이 할멈>을 재밌게 읽은 작은 아이가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졸라서 집 앞에 떡볶이를 사러 같이 나갔다. 동네 아이들 단골 떡볶이 집 안에는 마침 초등학교 5학년 쯤으로 보이는 남자 아이 둘이서 사이좋게 떡볶이를 먹고 있었다. 그 중 한 아이가 얇은 반팔 면티셔츠를 입고서 맛나게 떡볶이를 집어 먹고 있었다. 주문을 하고 포장을 기다리는 동안 그 아이가 몇 번이나 신경쓰여 쳐다보다가 결국 못 참고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어린이, 아줌마가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낯선 아줌마가 물어보니 아이가 긴장하는게 고대로 보인다.
“날이 엄청 추운데 반팔을 입고 있어서요. 혹시 안 추워요?”
이렇게 묻자, 아이 얼굴에 긴장감이 풀리며 웃음이 떠오른다.
“아, 이거요? 저는 안 추운데, 엄마가 못 입게 하는데 그냥 입었어요. 사실은 반바지 입고 나오려고 했는데, 엄마가 그건 안된대요.”
“그러게, 반바지 까지 입었으면 아줌마도 너무 걱정됐을것 같아요. 맛있게 먹어요. 대답해줘서 고마워요.”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다시 친구와 같이 조곤조곤 수다 떨며 떡볶이를 먹기 시작했다. 얇은 반팔만 입고 있는 아이가 걱정되어서 말을 걸긴 했지만, 혹시나 무례하진 않았을까? 그 아이가 불쾌해 보이진 않았지만(내 생각뿐일지도!) 정말 기분 나쁘지 않았을까? 깜빡이 없이 끼어드는 할머니같지는 않았을까 뒤늦게 걱정이 되었다.
오지라퍼가 되어가는 것과 나이드는 것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는게 수상쩍다.
그때 작은 아이는 저만치 떨어져 문 옆에 서 있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엄마가 부끄러워서였다고 했다.
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