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라는 말은 어딘가 열린 느낌을 받는다. '어린이'라고 발음할때면 내 입 안으로 여기저기서 푸릇한 기운이 몰려든다. '어린'하고 말하면 내 혀는 윗니 끝 부분을 가볍게 치고 나가 살며시 목과 입안을 열어둔다. 바람도 숨결도 다 몸안으로 들어가라는 것 같고, 세상의 좋은 것들로 채우려는 것 같다. 마지막 음절 '이'를 발음하면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웃는 입모양이 된다. '어리니'라는 부드러운 발음은 꼭 노랫말 같다.
반면에 '어른'이라는 말은 무겁고 단단하며 닫혀있는 인상이다. 옆으로 벌어지는 'ㅡ'모음이 굳게 닫힌 입술처럼 보이며 'ㄴ'받침이 발음 되는 순간, 내 혀는 윗니 뿌리에 닫으며 굳게 문을 걸어 잠근다. 어른은 책임을 질 수 있어야하고 성숙해야할 것 같으며 흔들리지 않아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김민정 시인은 그의 시 [어른이 되면 헌책방을 해야지]에서 '어른은 어렵고 어른은 어지럽고 어른은 어수선'하다고 말했다. 공감한다. 어른은 힘들고 쓸쓸하고 연약하기도 하다. 열려있는 어린이와 달리 닫혀 있어서 안과 밖이 다르다. 어른은 그래서 양면적이다.
모든 어린이는 자라서 어른이 된다. 나도 어린시절을 지나 어른이 되었다. 그러고보니 어릴땐 왜 빨리 어른이 되고싶었을까. 어른, 별거 없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