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개코원숭이(Baboon)

엄마는 역시 엄마다!

by 천혜경

케이프타운의 여름은 정말 아름답다.

아니 시원하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사방이 훤하게 틔여 있어서 산과 바다 그리고 모든 자연을 맘껏 볼 수 있는 곳이다.

높고 유난히 파란 옥색의 하늘이 내 마음을 시원하게 물들인다.

화려한 색을 품은 문화가 시원한 자연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고,

유난히 맑고 푸른 옥색의 바다와 하얀 유럽식 건물들이 너무 멋지게 어울려

이들만의 아프리카의 향기를 맘껏 뿜어낸다.


대륙의 가장 끝에 자리한 희망봉을 보고 긴 항해를 하던 배들이 얼마나 행복했을까!

그 옛날에도 지금도 언제나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하는 희망을 주는 것 같다.


앞이 활짝 펼쳐진 도로와 양 옆으로 끝도 없이 광활한 바다의 장관은

보는 우리의 눈이 시릴 만큼 파랗게 만든다.

가끔 펼쳐지는 고래의 출현과 한 번씩 뿜어내는 물줄기 그리고 커다란 검은색 꼬리로 내리치는 장관은

소름 끼칠 만큼 놀라웠다.

대서양과 인도양이 서로 만나는 지점이라고 하는데…

자로 재어 구분할 수도 없는 물의 영역이기에 분별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27년 전에 싱가포르에서 일하던 남편의 비자가 나오지 않아서 결국 싱가포르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마침 막내 동생이 요하네스버그에 선교사로 사역을 하고 있어서 함께 돕기도 하고, 비자 문제도 해결할 겸 잠시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싱가포르에서 일을 하면서 한 달에 한 번씩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주위 나라를 돌아다니는 것도 한 두 달이지 정말 매달 그렇게 지내며 사역하기는 정말 쉽지 않았기에 우리 부부는 내적으로 많이 힘들었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일을 해야 할지 많이 고민도 되고 갈등도 되었던 시간이었다


나의 비자는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니고 있어서 해결되었고, 이번에는 남편 혼자 외롭게 먼 길을 가야 하는 것이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5살 아들에게 혹시 아빠랑 아프리카에 같이 가겠냐고 물어보았다.

엄마가 없으면 절대 어디도 안 가는 '엄마 껌딱지인 아들'이 갑자기 아빠를 따라가겠다고 선뜻 나섰다.

아들은 아빠처럼 똑같이 가방을 싸고 자신이 아빠를 돌봐야 하는 것처럼 등을 두드리고 위로를 하며 아빠를 따라나섰다.


아빠의 힘든 마음을 어떻게 어린 5살짜리 아들이 이해했을까? 정말 대견하고 신기했다.




어느 날 동생부부가 5개월 된 조카와 남편과 아들과 함께 케이프타운의 희망봉에 갔었다.

희망봉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타조알을 길에서 발견하고 남편과 동생과 올케가 잠깐 보러 간 사이에 갑자기 아주 커다란 개코원숭이가 열린 차문으로 큰 몸을 디밀며 음식을 찾으러 차 안으로 반쯤 들어와 킁킁 거리며 뒤졌다.


그런데 마침 차 안에는 자고 있던 조카와 아들이 너무 놀라고 무서워 울고 고함을 치며 울었고, 놀란 두 아빠는 아들들을 구하기 위해 개코원숭이를 쫓아내려고 사생결단으로 달려들었다.

아빠들과 개코원숭이가 치열하게 전쟁을 하는 사이에 엄마는 덜덜 떨면서 살짝 반대쪽 차문을 열어 먼저 조카를 꺼내고 아들을 탈출시켰다. 아빠와 엄마의 확실한 역할분담이 두 아들을 살려낸 것이다.


아빠는 용감했고, 엄마는 역시 엄마였다!

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하마터면 두 아들이 타잔이 될 뻔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개코원숭이는 음식을 찾지 못하고 떠나긴 했지만 그가 흘린 침과 냄새가 정말 차 안에 충격과 함께 한참 동안이나 남아 있었단다.



긴 세월이 지나 오랜만에 케이프 타운에 도착하여 아침을 먹는데...

갑자기 창밖에 개코원숭이가 자기만 한 아기를 등에 업고 나타나서 큰 쓰레기 통을 뒤집어 업고 음식을 찾아 돌아다녔다.



그들을 보니 여기가 아프리카이구나 라고 느껴지기도 하고 왠지 아기를 업은 원숭이가 너무 반가웠다.

우리가 케이프타운에 온 것을 환영하는 것처럼 유리창 앞에 아기를 업고 한참이나 머물다가 떠났다.


그리고 며칠 동안 길을 걷다가도 자주 큰 아이를 등에 업고 다니는 개코원숭이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이 옛날 우리의 어머니가 기저귀로 둘러 아이를 업고 다니던 모습 같아서 너무 정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엄마로서 애쓰는 모습이 왠지 눈물이 났다.


엄마라는 존재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 똑같은 것 같다. 엄마는 역시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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