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벽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살고 있는 동생이 오래전 선물로 사다준 레소토 여인들이 짠 카펫이 있다.
아프리카 작은 마을의 삶을 표현한 그림 속에는 움막처럼 지은 작은 집들이 있고, 집 앞으로 동네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하고 그 옆에 닭들과 강아지가 있다.
집 뒤편에는 세명의 여인이 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걸어가고, 한 여인이 작대기로 작은 군불 위에 항아리를 올려 무엇인가 끓이고 있다. 레소토 원주민들의 생활에서 볼 수 있는 풍경들이 아름답게 잘 짜여 있었다.
이것을 짠 레소토 여인들은 어떻게 짤 것인지 가장 먼저 그림을 그들의 머릿속에 상상하며 베틀 앞에 앉아 직접 손으로 한 올 한 올 실을 가로와 세로로 끼워 넣으며 만들었을 것이다. 정말 훌륭한 작품이다.
우리의 인생 또한 한 올 한 올 누군가의 손으로 짜여지고 있는 멋진 카펫 같다.
사랑하는 오랜 친구처럼 같이 커피를 마시고 옆에 앉아 있는 30대 의 딸에게 물었다.
" 네가 살아가는 삶은 어떤 그림이었으면 좋을까?"
" 내가 상상한다고 내 삶이 그렇게 그려질까요? 엄마의 삶은 엄마가 그렸던 그림 같은가요?"
" 내가 네 나이 때 내 인생의 카펫이 이렇게 짜여질 것을 알았다면, 와우! 정말 모든 여정을 행복하게 넘어갔을 것 같아.. 그런데 나는 하나도 몰랐었지! 그저 회색 빛이 덮인 무채색 카펫 인생인 줄 알았거든"
"그럼 엄마는 지금까지 엮어진 인생의 카펫은 맘에 드시나요?"
"아! 지금 내 인생의 카펫은 정말 맘에 들어, 아니 카펫의 구석구석 있는 검은색 점들 조차 맘에 들어, 내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갔었고, 그 길에서 최악의 순간도 만났었고, 무모한 도전도 했었고, 실패도 많이 했었고, 또 많이 우울하기도 했었고.... 그래서 지금의 이런 카펫이 되었나 봐.
딸아 네 눈에 보이는 엄마의 카펫은 어떤 것 같아?"
"엄마 인생의 카펫은 정말 멋져요. 그리고 지금이 제일 멋지세요. 음! 엄마, 그런데 내 인생의 카펫은 어떨 것 같아요?"
" 네 인생의 카펫은 정말 화려할 것 같아, 네가 내 안에 들어온 순간부터, 너와 함께한 내 삶의 여정은 정말 파도에 흔들이는 해초처럼 이리저리 흔들렸고, 부딪치고, 넘어지고 ㅋㅋㅋ 그랬거든.
그렇게 엄마랑 같이 살아낸 네가 내 옆에 앉아서 함께 커피 마시면서 친구처럼 이야기하고 있잖니!
내 인생의 그림보다 네 인생은 훨씬 역동적이고 멋지고 아름답게 짜이고 있는 것 같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사실 저는 지금 많이 힘들어요.
미래를 알 수도 없고,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한국 사회에 들어가서 살아내야 하고, 이제부터 만나야 하는 직장 문화들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그리고 아빠 엄마 따라 많이 돌아다녀서 가는 곳마다 낯설었고, 역시 한국에 와서도 새롭긴 하지만 나는 정말 다르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어딜 가도 나만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내 삶의 그림을 상상할 수가 없어요"
"딸아! 정말 너는 내 딸 맞네, 엄마도 네 나이 때는 너와 똑같이 그렇게 느끼고 생각했단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랐지만 내 삶은 다른 사람과 달리 왜 이럴까?라고 생각했었고,
병원에서 일하면서 매일 실수를 하고 혼나고, 혼자서 많이 울었어,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덜렁이고 바보인 것 같았거든,
그리고 내가 가고 싶어서 간선교지에서 너를 낳고 열심히 일하다가도, 왜 나는 여기서 이렇게 고생하며 살고 있나?
후회도 엄청 많이 했었단다.
그래서 네가 지금 보면서 멋있고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인생의 카펫이 되었나 봐!
엄마는 지금 네가 겪는 모든 과정들은 정말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이라고 생각해.
네가 남들과 조금 달랐기 때문에 누구도 쉽게 가지 않는 길을 갔었잖아. 어린 나이에도 전쟁 중이었던 그 나라에 들어가서 네가 하고 싶은 일에 꼭 필요하다고 공부했잖아.
지금은 너의 현재의 갈등과 두려움이 도전이라는 실과 서로 얽혀 짜여지고 있는 시간이야!
언젠가 네가 엄마 나이가 되어 네 카펫을 펼쳐보게 되는 날, 이 모든 것이 조화롭게 엮여 짜여진 멋지고 아름다운 예술 작품인 네 인생의 카펫에 만족하게 될 거야!
사랑하는 딸아!
엄마가 너를 낳고 생각했던 네 인생의 그림은 둥그렇고 단단한 씨앗에서부터 나와 곧고 길게 자란 짙은 초록색의 난, 그 난 잎들 사이에 고아하게 피어난 하얀 꽃이었단다.
뿌리가 굵고 짙은 초록의 쭉 뻗은 긴 난 잎들, 그 사이에 살짝 올라온 맑고 하얀 꽃 한 송이....
네 인생카펫을 한 올 한 올 짜고 있는 하나님의 손에 너는 참 고아하고 멋진 카펫으로 표현될 거야!
지금 현재의 삶에 주어진 모든 과정들이 어울려 멋지게 그려질 거야!
맘껏 누리렴! 시간이 되면 너의 인생의 카펫을 보며 '그때는 그랬어.. 잘 멈췄다!'
'오호! 그래 그때는 잘 달렸어'라고 말하는 순간이 올 거야!
너의 아름다운인생의 카펫을 보면서.....
너를 창조한 하나님이 네 인생의 카펫을 짜고 있다면, 그분은 반드시 너만의 독특한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 분명해,
그때 그랬으면…이라고 생각했던 인생의 여정 속의 그 사건은 네가 놓친 게 아니고, 잘못된 것이 아니라, 어쩌면 거기에서 멈춰야만 했던 것이 아닐까?
아마도 네 삶의 완성된 멋진 작품을 위해 원래 그 자리에 없어야 했던 것이 아닐까!
너의 모든 여정은 충분해, 그리고 오늘도 멋지게 짜여지고 있단다!"
세월의 흔적을 안고 모든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낀 중년 엄마의 눈에 비로소 한 올 한 올 아름답게 짜여질 사랑하는 딸의 인생의 카펫을 커피 향과 함께 그려보는 행복한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