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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내시경 받다.

길다 Esophagogastroduodenoscop-EGD

by 조앤

남편은 요즘에 자꾸 배탈이 난다. 작년 10월에 주치의를 만나 위가 아프다고 말하며 위 수면 내시경 좀 해 보고 싶다고 했더니 우선 약을 2주간 먹고, 그 후에 다시 오라고 했다. 그때도 나아지지 않으면 수면내시경하라고 오더를 한다면서.. 그래야 보험에서 커버가 된다고 했다.


남편은 커다란 알약 2종류를 처방 받아서 착실하게 2주 먹었다. 그런데 증상이 나아지지는 않고 약의 부작용으로 두통까지 생겼다. 어쨌거나 2주후에 아직도 아프다고 했더니 수면내시경 오더를 해주었고, 수면내시경 하는 위장 전문의에게 리퍼를 했다. 그곳에서 예약 확인 전화가 집으로 올 것이라고 했다. 일주일을 기다려도 전화가 안 오길래 다시 확인했더니 자리가 안 나서 그랬단다. 그 다음 날 전화가 왔는데 12/22일에 잡혔고, 몇 시에 병원을 올 지는 그 전날 다시 전화로 알려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화로 문진 같은 인터뷰를 1시간이 넘도록 했다. 수면 내시경 받는데 2달이나 걸리다니.. 명 짧으신 분들은 기다리다 돌아가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ㅠㅠ


드디어 2달이나 지나서 기다리던 12월 22일 하루전에 내일 아침8시까지 병원으로 오라고 연락이 왔다. 금식하고 오라는 곳으로 갔다. 갔더니 Ambulatory Care Unit이라는 곳으로 또 인도 되었고, 거기서도 절차가 복잡했다. 긴 이야기를 짧게 말하면 수면내시경 받는 것이 마치 큰 수술을 받는 것 같았다.


담당간호사 인사 후 수액 주사 놓고 설명 --> 마취담당의사가 인사하고 절차설명, 동의서 서명->위 전문의 와서 친절하게 오늘 수면내시경 절차 설명->수술실 간호사 인사 -> 거기서 1시간 이상 기다리다가 드디어 남편의 침대가 수술실로 출발했다.


난 Waiting Room에서 기다리고 있으라며 남편이 회복실에 오면 바로 전화를 해 준다고 했다.


갑자기 남편도 나도 비장해졌다. 위내시경은 대장내시경보다도 간단하게 생각하고 살던 우리가 갑자기 비장해졌다. 밖에서 남편을 기다리는 동안 엄청난 대수술하는 남편을 기다리는 것 같았고, 정말 영영 남편이 안 돌아오면 어쩌나 하는 무서운 생각이 들어 기다리는 동안에 눈물이 났다. 갑자기 남편이 너무나 소중하게 여겨졌다.


한 시간 정도 기다리니 전화가 울린다.

날 찾아 친히 나온 간호사를 따라 회복실로 갔다. 남편이 아직 정신없이 자고 있었다. 간호사의 몇 마디 말에 남편이 눈을 번쩍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벌써 끝났어..? 땡큐 땡큐'를 연발한다.

저렇게 천진난만하게 웃는 것을 보니 아직 마취가 덜 깼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이 나왔다. 조금전까지의 짠했던 내 마음이 무색해 진다.


조금 후에 집도한 전문의가 와서 내시경 잘 되었고 결과도 좋아보이는데 혹시 몰라서 biopsy를 했다고 오늘은 집에 가고 다시 연락해준다고 했다. 회복실 직원이 남편이 운전하면 안된다며 주차장까지 휠체어를 태워가지고 나왔다. 그가 보는 앞에서 우버 타고 집으로 왔다. 갈 때 타고간 차는 주차장에 두고서.. 운전못하는 내가 미안했다.


한국에서 위장 수면내시경 하던 때와 사뭇 다르다. 한국문때 미리 미국에서 H병원 건강검진 예매하고 가니 수면내시경을 쉽게 받았던 것 같은데.. 아닌가?


여기선 주치의에게 요청하고 약먹고 기다리다가 그래도 나아지지 않으면 리퍼받고 예약상태 봐서 두 달후에나 받을 수 있었다는 것도, 절차 하나하나를 수술절차와 똑같이 진행한다는 것도 많이 달랐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날라온 청구서가 보험커버 해준 금액은 거의 7천불 한화로 천만원이 넘는 금액이고 우리가 낼 돈은 디덕터블 500불이라고 알려준다. 앞으로도 몇 개의 청구서가 더 올 것이다. 수술장사용료만 나온 것 같다. 각 과별로 의사, Biopsy Lab 비용등은 별도로 청구될 거다. 우리가 낼돈은 그나마 천불 안짝인데 전체로 의료비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 체감된다.


암튼 결과는 H. 파이롤리 균이 있다고 2달간 약물 치료를 해야 한단다. 큰 병이 아님에 감사로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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