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모닝 10일차
기상시간 : 5:00 AM
여름의 맛을 떠올리면 어쩐지 꼬맹 이때 먹던 슬러시가 떠오른다. 어릴 적 하굣길에 300원 가격표가 붙은 슬러시 기계가 있었다. 여름날 친구들과 함께 종이컵 가득 받아먹던 주황색, 빨간색, 노란색 슬러시들. 머리가 띵-하게 아려오는 달콤함에 눈을 질끈 감으면서도 먹기를 멈추지 않았던 맛들.
매일매일 슬러시 기계에서는 색색깔 슬러시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고 나는 그 앞을 지나갈 때마다 나도 모르게 침이 고였던 일들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지금은 슬러시 파는 곳을 찾기도 힘들고, 찾더라도 사 먹기 머쓱해지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카페에서는 비슷하게 스무디라는 것을 팔지만 어쩐지 너무 비싸고 순한 맛이다. 300원짜리 슬러시는 추억 속으로 막 사라지려고 하고 있다.
요즘 나는 저 슬러시가 못 견디게 그립다. 정확히 말하자면 슬러시를 먹던 시절의 내가 그리운 것이려나.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자전거를 매일 타던 꼬맹이 시절이 떠오르면서 갑자기 팍 튀어 오른 슬러시에 대한 기억. 여름날 온몸이 새까매지도록 자전거를 신나게 타고 먹던 머리가 띵 울리던 그 맛이 두 번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서글퍼진다. 이 더운 여름날, 나는 더 이상 신나게 자전거를 타지 않고, 자외선이 무서워 꽁꽁 몸을 감추고, 슬러시 파는 곳도 찾을 수 없으니까. 있더라도 얼음 가득 아메리카노를 마실 테니까.
신나게 놀 수 없는 어른으로 자란 내가 묻는다. 슬러시 하나에도 행복해지던 그때의 나는 어디로 갔을까. 300원짜리 슬러시의 계절, 아니 이제 시절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