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원>을 읽고 행복이 삶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느꼈다. 행복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것을 찾아주는 탐지기와 같다. 그 목적을 달성하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감정이다. 삶의 목표보다는 일상에서 누려야 하는 감정인 것이다.
이런 근거는 진화론이다. 진화론이란 무엇일까? 내 세계관을 깨뜨린 진화론이 궁금했다. 현대 진화론에서 고전으로 읽히는 <이기적 유전자>를 펼쳤다.
<이기적 유전자>에선 진화의 단위를 유전자로 설명한다. 생존과 번식의 단위가 유전자라는 말이다. 최초로 자기 복제를 할 수 있는 유전자가 나타난 후,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결국 생존경쟁이 일어났고 자기 복제 과정에서 여러 돌연변이 유전자들이 나타났다. 그중에는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것들이 있었고, 불리한 것들도 있었다.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것들은 살아남았고, 불리한 것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이 모든 과정은 생명이 나타난 이후 수백만 년간 이어졌고 그 결과가 지금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강아지, 토끼, 모기, 풀, 나무, 당신, 그리고 나.
놀라웠다. 가슴 벅차기도 하다. 모든 생명의 기원이 같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자기 복제를 하는 유전자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 뿌리는 수백만 년간 자라 기둥이 되고 수많은 가지를 뻗었다. 어떤 가지는 강아지로, 어떤 가지는 튤립으로, 어떤 가지는 당신으로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이 사실을 깨달은 후 길거리가 달라졌다. 평소 보이던 개나리의 노란빛이 따뜻했다. 나뭇가지의 흔들림이 간지러웠다. 강아지의 눈빛에 마음 한켠이 아렸다. 모두 나와 가까워졌다.
한편으로 또 다른 궁금증이 일었다. 최초 생명은 어떻게 탄생한 걸까? 생명이 탄생하기 전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