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퇴사
마지막 회사를 떠날 때쯤 나는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아주 지친 상태였다. 회사 내에서 볼꼴, 못 볼꼴을 너무 많이 당해서이기도 하고, 회사란 곳 그리고 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동시에 엄습한 때이기도 하다.
우선 회사로 사유를 좀 돌리자면,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일, 자존감이 아주 바닥을 찍을 때였다. 무엇하나 제대로 칭찬을 들은 적이 없었고, 마치 관문을 지나가듯 평범한 보고마저 지레 겁을 먹고 못할 때였으니까. 꼬투리 하나까지 잡는 팀장이 무서울 정도였고, 금요일 퇴근길에 월요일 출근이 걱정될 정도였다.
그래서 꽤 회피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우울증이 올 것 같던 시기 명퇴라는 기회(?)를 통해 퇴사를 하게 되었다. 여전히 그들은 나를 쫓아낼 생각을 했단 것에 화가 났고 그 선택을 지금도 후회하진 않는다.
두 번째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은퇴 혹은 몇 년 뒤의 내 모습이었다.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내가 투자를 하기엔 빠듯한 여건 속에서 회사 내에서 성장은 꽤 제한적인 것처럼 보였다. 회사원으로서 50세 은퇴를 했을 때 삼성급의 회사가 아니니 어디로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면 답이 없다. '~사'자격증도 없고, 아마도 닭을 튀기지 않을까 싶은 미래 모습에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퇴직을 하고 1년 간 쉬며 할 것들을 찾아보았다.
퇴직 후 1인 기업으로, 창업 준비생으로 하는 일들은 기존의 것과 많이 바뀌었다. 특히 장기간 내가 할 수 있는 일, 월급을 받기보다 만들어 내는 일, 나의 가치를 콘텐츠로 만들고 전파하는 고민들이 생활의 대부분이다. 이제 3년 정도 (회사랑 오버랩되어서) 되니 아주 조금씩 먼저 제안을 받기도 하고, 일정 부분 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정리하고 브랜드화하는 것도 익숙해졌다.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도 조금씩 덜 떨리는 것이 익숙함이 찾아오나 싶다.
하지만 회사를 떠나던 순간도 그랬듯 지금의 나는 생존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리고 생존 과정에 익숙함은 가장 큰 적이자, 리스크이다. 늘 변해야 하고, 성장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이런 걸 떨쳐버리기 위해 퇴사를 했지만 미생의 대사처럼 지옥 같은 밖에서 살아 남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3년을 버티고, 5년을 버티다 보면 10년도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퇴사 후 회사 밖에서 회사를 옮기는 사람을 돕고, 처음 회사를 선택하는 이들을 돕는 일들을 꾸준히 하며 퇴사할 때 다짐했던 '취업/이직 시장에서의 작은 무브먼트'를 일으킬 기회들을 찾아가는 것이 퇴사 후 나의 모습이고 사명인 듯하다.
by 일,상담소 (http://blog.naver.com/riverside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