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어렵게 해야 한다
AI가 여기저기서 난리다. 대학도 예외는 아니라서, ChatGPT 때문에 많은 교수들이 대응책 마련으로 분주했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대학의 교수학습센터에서도 관련되어 세미나도 많이 마련하고, 설명 자료도 많이 보내주었다. 학생들이 ChatGPT를 비롯한 대규모 언어 모델을 사용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 해야 하는 질문은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AI를 활용하면 학습자가 더 잘 배울 수 있는가?
이와 관련해서 MIT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고 한다.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고, 포트란(Fortran) 언어로 문제를 풀게 하였다. 굳이 포트란을 선택한 이유는 그만큼 학생들이 포트란을 모르기 때문이다. 필자가 연구실 들어와서 처음으로 배웠던 프로그래밍 언어가 포트란인데, 세상이 참 많이 변했구나 싶다. 첫 번째 그룹은 ChatGPT를 사용하도록 안내하였고, 두 번째 그룹은 메타의 라마(Llama)를 사용할 수 있었다. 세 번째 그룹은 검색만 할 수 있게 제한하였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첫 번째 그룹이 가장 먼저 풀이를 제출하였고, 세 번째 그룹이 가장 늦게 제출하였다. 이 실험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여기서 시작한다. 과제 제출 이후 학생들에게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 자신의 기억에만 의존해서 설명하게 했는데, 세 번째 그룹에 속한 학생들은 모두 설명할 수 있었고, 라마를 사용한 학생들은 절반만이 설명할 수 있었다. 첫 번째 그룹은 아무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
이 실험의 메시지는 너무 명확하다. 학습은 필연적으로 불편함을 동반해야 하는 것이다. ChatGPT에 의존해서 문제를 푸는 것은 마치 수학 문제를 해답지 보고 푸는 것이랑 비슷해 보인다. 해답지의 설명을 읽으면 그 순간에는 이해가 되는 것 같지만, 답지를 덮으면 잘 기억이 나지 않지 않던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시간에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면서 수학 이론들을 체득하는 것이다. 다른 예시를 들어보면, ChatGPT는 자동차 내비게이션이랑 비슷할 수도 있겠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면 효과적으로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지만, 항상 의존한다면 영영 길을 외울 수 없을 것이다.
비록 AI가 우리의 업무 능력을 향상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학습에서는 적절히 배제해야 한다. 그래서 인류에게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고전적인 학습 방법이 유효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