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 해도 알지?”
여자는 늘 남자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럼 알지.”
남자는 항상 그렇게 대답했다.
여자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없는 날이 많았음에도 대충 알겠다고 하면 여자는 알아서 미소 짓고 알아서 팔짱 끼고 알아서 연락하고 알아서 선택하고 알아서 처리했다. 그럼 알지, 다 알아. 이 말은 마법의 주문과도 같았다. 그 대답이면 모든 게 해결됐다.
“말 안 해도 알지?”
여자는 텅 빈 눈으로 남자에게 말했다.
“그럼 알지.”
핸드폰에 코를 박은 남자가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래, 그럼 식장이랑 웨딩 사진 같은 건 내가 다 취소할게. 자긴 부모님한테 잘 설명드려.”
“어.”
“…….”
“잠깐만, 뭐라고?”
남자는 그제야 정신이 퍼뜩 들었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무슨 소리긴. 우리 헤어지자 그냥.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만날 수는 없잖아.”
“그게 무슨 말이야?”
“알고 있잖아.”
“몰라, 난. 지금 네가 무슨 소리하는지, 난 정말 하나도 모르겠어.”
“다 안 다면서.”
“말 해준 적이 없잖아?”
“말해달라고 한 적도 없잖아? 그럼 이때까지 거짓말한 거야?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 안다고 날 속였니?”
남자는 말문이 막혔다.
“나 갈게.”
여자는 평소와 달리 매몰차게 발길을 돌렸다.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확실히 아는 사람처럼.
잠시 멍한 그가 다시 그녀를 붙잡으려 했지만 그녀가 어디에 가는지 말해주지 않았으므로 그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그녀가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