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들 밀어내고 계신가요?
키아누 리브스가 예전 토크쇼에 등장해 이렇게 말했다.
"친절함이 나약함으로 받아들여지는 이 세상의 일부분이고 싶지 않아요."
나도 그렇다. 요즘 들어 부쩍.
매일 아침 뉴스를 챙겨보는 일도 점점 빈도수가 줄어들고 있다.
머리보다 마음이 아프다. 부러 상처 받고 싶지 않아 냉소적인 사람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하려 노력한다.
사람의 화는 3초만 참으면 누그러진다는 말을 들었다.
요즘에는 마음에 동요가 일면 일단 3초를 참는다. 그리고 15초 더 참아본다.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 함부로 응수하고 싶지 않다.
그 사람의 화는 그 사람의 것이다.
침착해졌다고 딱히 첨언하지도 않는다.
그래 봤자 내가 얼마나 현명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내가 안다.
볕이 드는 출구를 찾기 위해 어둠을 헤치고 나아가면 거대한 바위가 나를 막는다.
하나 밀어내면 다시 하나가 또 나타나고.
어떤 날엔 내가 밀어낸 바위들이 도리어 나의 출구를 막아버린다.
가까스로 빠져나와 여기가 출구인가 싶으면 다시 미로.
매일 밀어내야 하는 거대한 바위들.
인간의 조상은 시지프스이던가?
나는 도대체 무슨 죄를 졌길래 영원한 형벌에 갇힌 건가?
아, 그래도 다행이다. 나는 앞으로 밀어내기만 하면 되니까.
의도치 않게 마주치는 수많은 타인의 찌푸린 얼굴, 상황에 견주어 조금 더 높은 데시벨, 조급함과 짜증.
나는 생각한다.
'아, 저 사람의 오늘에는 아주 거대한 바위가 있었나 보군.'
사람한테 일부러 상처주기 위해 벼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 사람이라면 언젠가 뉴스에 나오겠지.
아직도 내가 순진하게 생각하는 거라면 이 세상에게 참으로 미안한 노릇이고.
나는 오늘 저 사람과 처음 마주친 것이다.
저 사람의 역사를 지탱하는 다른 이들에게 저 사람은 좋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피비린내 나는 사건과 사고가 아니라면 그냥 재수 없는 어떤 날인 것이다.
너무 의미를 두지 않기로 한다.
그저 그 사람도 오늘 하루 너무 거대한 돌멩이를 밀어내느라 기력이 소진된 거라고.
받아 줄 사람이 없으니 허공에 흩뿌리듯 저도 모르게 울분을 쏟는 것이라고.
물론 악의를 가진 태도라면 얄짤없지, 당장 신고하기로.
어쨌든 그렇다.
거대한 바위를 밀어내는 인간으로서, 그냥 나라도 오늘의 타인을 이해하기로 한다.
그들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며 그가 남긴 감정의 부스러기를 조용히 바라본다.
내 코가 석자인 마당에 감히 같이 밀어내기를 도와준다는 말은 못 하고.
그저 가만히 그들이 남긴 삶의 잔해들을 주워 담을 수밖에.
이렇게 생각하니 내가 왠지 착한 사람이 된 것만 같다.
나도 어떤 날엔 끔찍한 문장으로 하루를 채우는 사람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