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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한 May 18. 2022

나의 새로운 선택

나를 바라보는 순간들

나는 내 미래에 대한 고민을 담은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근 몇 달은 나에게 있어 그 고민을 이제는 매듭 짓고 결단을 내려야 할 중요한 시기였다. 그동안 나는 국방의 의무를 끝냈으며, 입대 전 이미 대학교를 졸업한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으며, 그리고 기도했다. 그리고 결정했다. 나는 법을 공부하기로 했다. 


나는 내가 대학교를 졸업한 영국에서 새로 법을 공부하기로 결정했다. 나와 같이 학부에서 법을 전공하지 않은 '비법 전공자'들이 사무변호사 혹은 법정변호사 시험에 지원할 수 있도록 공부할 수 있는 과정이 있는데,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한국의 로스쿨 개념과는 조금은 다르지만, 일종의 로스쿨이라고 이해하면 편하다. 영국의 대학교는 일반적으로 3년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이번에 내가 듣게 될 코스는 1년짜리 코스로, 남들은 3년에 나눠서 배우는 법을 나는 1년 동안 마스터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변호사가 되고 싶다면,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고, 2년의 실무 경험을 쌓아야 비로소 변호사(사무변호사)가 될 수 있다. 엄청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왜 이런 도전을 말하자면, 그 이유가 너무 많고 깊어 끝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몇 가지를 얘기해보고자 한다. 


나의 꿈은 세상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평소 사회현상과 국가 간 현상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외교관이 되면 어려운 이웃 나라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막연한 생각일 수 있지만, 어린 나에게는 이루고 싶은 큰 꿈이었다. 그래서 나는 국제관계를 전공했다. 여러 가지 이론들을 배우고, 그 이론들을 통해 현상을 비추어 보는 과정들은 흥미로웠다. 하나의 사건을 다양한 시각을 통해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공부를 할수록, 내가 가지고 있는 꿈을 이루기에는 너무 학술적이고 또 정치적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특히 졸업학년 때 대량살상 무기에 관한 수업을 듣던 중,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사건이 수업 소재로 나온 적이 있었다. 수업의 모든 내용은 왜 원자폭탄을 사용했는지, 그리고 그 사용 이유와 결과의 대한 정치적 이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충격적이었다. 수업을 준비하며, 그리고 수업 내용을 다시 더듬으며 찾아본 자료들에는 폭탄으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받은 사람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수업에 일절 나오지 않았다. 더 최악이었던 것은, 수업을 듣다 보니 나 또한 학술적인 흥미가 마구 생겼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학술적이고 정치적인 논의는 꼭 있어야 하는 중요한 토론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그런 토론을 좋아하고, 또 나서서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번에 법을 선택하기 전까지도, 나는 이런 국제관계를 계속해서 공부할 생각이었다. 군에 있으면서 대학원을 준비했고, 실제로 내가 졸업한 King's College London(킹스컬리지런던)과 SOAS(소아스, 런던 동양아프리카학 대학교)에 각각 분쟁학과 동아시아 정치학 과정에 합격했다. 이중 한 곳에 진학해 성공적으로 학위를 받고, 박사 학위까지 받아 학자로서의 커리어를 쌓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할수록, 내가 이 일을 하며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나는 분야를 바꾸기로 결정했고, 비슷하게 관심 있었던 법을 선택한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더 개인적인 이유다.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싶어졌다. 나는 원래 경제적인 지위를 얻는 것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굳이 경제적으로 풍부하지 않더라도,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아직도 그 생각은 틀리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추구하는 가치가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내가 소중히 아끼는 친구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나도, 그 친구도 모두 믿음이 있기에 가끔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그 친구가 해준 말이 참 인상 깊었다. '솔직히 내가 경제적으로 성공하지 않는다면, 주변 사람들을 도우면서 살 수 없을 것 같아'라는 말이었다. 내가 추구한 가치와는 정반대에 있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그 말이 더 현실적이고, 어쩌면 더 이상적인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 다른 사람들에게 선을 행한다면, 그 선의 질과 양적인 면 모두에서 내가 가진 것이 더 많을 때 더 좋은, 그리고 더 잦은 선을 행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성공해서 나를 위해 고생하신 부모님에게 집을 지어드리고 싶은 그런 마음 또한 이런 가치관 안에서 달성할 수 있는 목표인 것처럼 말이다. 


위와 같은 이유들로 나는 법을 공부하기로 결정했다. 나의 새로운 선택이다. 전혀 쉬운 결정도 아니었으며, 당연히 앞으로 버텨야 할 과정은 더 어려운 순간일 것이다. 어쩌면 내가 겪은 최악의 순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결정은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심사숙고해 내린 나의 결정이며, 나는 이 결정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기 때문이다. 나의 새로운 선택이 가져다 줄 새로운 순간들이 두렵기도 하며, 또 참 기대되는 지금이다. 



타이틀 일러스트 출처 : https://notefolio.net/hannahtheha/11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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