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너무 아깝다.
내가 게을러서 흘러가는 시간은 당연, 내가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것에 쓰는 시간도 아깝다.
시간이 부족해서 시간이 아깝기도 하지만, 간직하고 싶은 기억들과 추억들이 지나간다는 사실이 더 아깝게 느끼게 한다. 그 순간에는 너무 즐거운데, 끝나는 걸 미리 생각하면 아쉽다.
힘든 순간은 신기하게도 시간이 빨리 가길 바란다. 평소엔 시간이 없는 게 그렇게 아까우면서도 그 순간이 얼른 지나가길 바란다.
시간의 흐름이 자연의 섭리가 아닌 동영상을 편집하는 것처럼 내가 선택하고 조종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럼 내가 원하는 대로 시간을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시간이 없다는 말은 틀린 것 같다. 물론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앞으로 펼쳐진 시간의 양은 우리가 알 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시간은 한 방향만을 향해 달려간다. 앞으로의 남은 시간은 알 수 없지만, 지나온 시간은 알 수 있다. 그래서 더 아깝다.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시간이 없다 보다는, 시간이 아깝다가 맞는 거 같다.
사람들은 '지나고 보면 그것도 다 추억이야'라는 말을 하곤 한다. 사실이다. 힘든 일도 시간이 지나면 끝나고, 시간이 지나며 많은 일을 겪으면 다 추억이 된다. 그렇기에 시간은 절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시간은 극도록 상대적인 개념이다.
우리는 시간을 허비한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모르고, 우리가 사용한 시간은 아는데, 그럼에도 계속 낭비한다. 시간을 뜻깊게 사용하자. 바쁘게 살자는 뜻보다는, 정말 뜻깊은 시간을 가지자. 내가 정말 시간을 허비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시간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물질과 물리적인 힘을 동원한다. 물리적인 행위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사라져 버리면 모두 멈춰버린다. 즉,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시간과 동반되는 그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다. 쉽게 말해, 시간을 낭비하는 건, 우리의 삶을 낭비한다는 것이다.
바쁘다 혹은 여유있다가 시간을 낭비한다, 안 한다를 결정하지 않는다. 그러니 혹 삶의 여유를 가지게 된다고 하더라도, 정신 차리고 모든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감사하며, 의미를 만들어가자.
2018.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