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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한 Jan 25. 2022

꿈을 바꾼다는 것

나를 바라보는 순간들

사람들은 저마다 꿈꾸는 삶이 있다. 그 꿈은 저마다 상당히 이상적일 수도, 혹은 지극히 현실에 동화된 모습일 수도 있다.


나 역시도 꿈꾸는 나의 모습이 있다. 내 꿈은 상당히, 정확히 말하자면 완전히 이상적이다. 추상적으로 들리겠지만, 내 꿈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을 돕는 일에 관심이 매우 많았다. TV에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사회의 불공평함과 무관심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으며, 조금 더 나이가 들어가며 우리 사회뿐만 아닌 세계 곳곳에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꿈을 키워 나갔다. 그래서 나는 내 꿈을 이루기 위해 국제관계학을 공부했다. 사실 막연한 생각일 수 있는데, 국제관계학을 공부해서 외교관, 혹은 비정부기구에서 일을 하며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꿈을 꾸는 것은 자유고, 흔히들 꿈은 크게 꾸는 것이 좋다고 말한 것처럼, 막연한 나의 꿈도 어쩌면 그냥 자유롭게 꾼 그저 크기만 한 꿈이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내가 졸업반 때 대량살상무기 수업을 수강하던 중,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에 관한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수업은 원폭 공격의 정치적 의미, 정치적 혹은 군사적 목적과 같이 매우 정치적인 시선으로만 진행됐다. 나는 피해자들의 삶과, 원폭 공격으로 인해 피폐해진 그들의 모습에 관한 내용이 조금이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그런 내용이 정말 하나도 안 나온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이때 처음으로 내가 생각한 꿈이 잘못되었나?라는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내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 그러니까 방법들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곧 있으면 다가올 전역 후 나의 새로운 삶을 계획하고 있는 이 시점에 다시 한번 나의 꿈에 관한 고민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목표 달성의 수단이 아닌, 목표 자체에 대한 의문이 찾아왔다. 


저번 글에서 다뤘듯이, 요즘 들어 가족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찾아온다. 가족과 너무 오래 떨어져 살기도 했고, 또 외국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낸 나머지 그 흔한 동네 친구 하나 없다는 것이 이제야 눈에 보이기 시작해서 더욱 그런가 보다. 그래서  요즘은 한국에서 남들처럼 취직해서, 열심히 일하고, 또 가까운 곳에 계신 부모님과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싶을 때 보는 그런 삶이 더욱 이상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외국에 나가서 더 공부하는 것은 분명히, 너무나도 분명히 좋은 기회다. 어쩌면 인생에 두 번 다시없을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나에게 약해지지 말라고 한다. 약해지지 말고 내 꿈을 지켜나가라고 말이다. 


내 꿈을 바꾸는 것이 내가 약해지는 것일까? 내가 나의 현실을 더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그에 맞춰 변화하는 것이 지는 것인가?


나는 이상을 좇는 사람이다. 남들에 비해 훨씬 더 이상적인 삶을 꿈꾸고, 인간의 기본 속성 또한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다. 그런 나에게 다가온 새로운 꿈은 전혀 약한, 혹은 '소박한' 꿈이 전혀 아니다. 꿈이란 결국에 내가 살아가면서 이루고 싶은 궁극적인 목표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 궁극적인 목표가 처음에는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그저 '내 목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삶'으로 바뀐 것일 뿐이다. 


어쩌면, 내가 정말로 약해진 것일 수도 있고, 그리고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지금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나는 지금 내가 다시 영국에 갈지, 혹은 한국에 남아 새로운 꿈을 쫓아갈지 결정하지 못했다. 


나에게 있어 앞으로의 두 달은 나의 인생의 방향을 정할 정말 중요한 시기다. 내가 나에게 다가온 큰 기회를 잡아 거대한 도전에 맞설지, 혹은 한국에서 새롭게 추구하는 나의 모습을 위해 노력할지 많은 고민을 할 예정이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되든, 그 선택의 중심이 올바른 곳에 있길, 그리고 그 선택에 후회함과 미련이 남아있지 않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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