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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니워커 Sep 14. 2022

독주를 머금었다 삼켰다

7. 기어이 삼켜버린 모진 말



그와 헤어지는 과정에서 나는 그에게 뱉어내지 못한 말이 많았다.


독으로 가득한,

상처를 줄 목적으로만 뱉는,

그를 끝없는 죄책감에 빠져들게 만들 수 있는.


혹자는 왜 그 말을 하지 않았냐고,

더 심하게 말해도 되지 않았냐고,

흠씬 패줘도 부족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나였어도 다른 사람이 나와 같은 일을 당했다면 그렇게 말했을 것 같으니까.


그럼 왜 그때의 나는 그 말을 하지 않았을까.



내 입에서 독을 뱉는 순간

나도 그 독에 물들어 버릴 것 같아서였다.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나는 겉으로는 굉장히 단단하고 굳건해 보이는 사람이고 실제로도 그런 성격이지만, 의외로 남에게 싫은 소리 모진 소리를 못한다.


어쩌다 그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했다면 하루 종일 마음이 불편하고 좋지 않다. 해야 했던 말이지만 다른 방법, 다른 단어로 더 좋게 말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고민한다.


그런 내가 만약 사소한 일도 아닌 이런 일에 대해

일부러 상처 줄 걸 알면서 하는 말을 감정에 맡기고 무분별하게 다 뱉어냈다면..


분명 난 지금 이 순간

“그 말을 왜 안 했지..”하는 후회보다,

“왜 그 말을 했을까..”하는 후회를 더 크게 하고 있었을 거다. (멍청하게도 말이다)



부모님께 이혼하게 되었음을 알린 다음, 바로 두 분의 핸드폰에서 그의 전화번호와 카카오톡을 삭제했다. 혹시라도 연락해서 그에게 욕을 하며 심한 말을 하시지 않을까 싶어서.


그를 배려한 거였다. 이 와중에도. 역시나 멍청하게.

(새삼 이렇게 글로 그 당시 상황을 남기고 보니, 이런 이혼사유임에도 이렇게 호구같이 순순히 헤어진 여자가 또 있을까 싶다.)


그 역시 그의 부모님에게 이 사실을 말하고 돌아왔다. 나보다 조금 더 오래 머물다 온 걸 보면 많은 얘기를 듣고 온 게 아닌가 싶었으나 그는 그냥 잘 말하고 왔다고만 말했고, 나도 그러냐고만 대답하고 굳이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훗 날 그날의 얘기를 좀 더 자세히 듣게 되었는데, 부모님에게 태어나서 가장 크게 혼이 났었다고 한다. 이제 넌 내 아들이 아니고, 얼굴도 보고 싶지 않다고 화를 내셨다고.


아마 그는 부모님으로부터 내 대신 모진 말을 많이 들었을 거다. 물론 내가 그에게 하는 게 마땅한 더 심한 말들도 가득하지만, 그건 이제 그냥 묻어두기로 했다.



누군가가 인생을 잘 사는 방법론 중 하나로

“말할까 말까 할 때는 하지 마라”라고 한 글을 본 적이 있다.

과연 그렇다.


입에서 나오는 말은 되돌릴 수 없다.

그에게 평생 갈 상처를 남기는 대신

독이 가득한 말을 위스키 한 모금처럼 삼킨 나 자신을 대견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와 헤어진 후 술을 즐기게 되었다. 새 취미가 생긴 것 뿐인데, 이 말을 부모님께 하면 내가 이혼때문에 술을 마시기 시작한 줄 오해하실 것 같아서 딸이 술꾼이 된 건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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