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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소설
"이제 갑질 좀 해도 될까요"

#17. 아침

식사를 하고 늘 먹던 비타민제 2알을 입에 털어 넣는다. 

혀끝에 살짝 닿았는데도 짜릿하면서도 신맛이 온 몸을 통해 전파된다. 


손목시계를 차면서 남은 준비시간을 확인한다. 이정도면 늦진 않겠네. 

약간 여유를 가지며 입고 갈 옷을 꺼내러 옷장으로 간다. 


한 달 전 고풍적인 디자인에서 풍겨오는 매력에 이끌려 

충동구매로 산 거금의 수입산 옷장. 보기만 해도 마음이 흡족해진다. 


“오늘은 무난하게 입고 가자.”


철 지난 옷들도 꺼내 입어보고, 한두 번밖에 입지 않은 아끼는 비싼 옷들도 꺼내보고, 

스스로 코디네이터가 되어본다. 옷매무새를 정돈한 다음 가방을 들고 현관 앞으로 다가선다. 


그리고는 옆집까지 다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외친다.


“난 멋지다. 난 건강하다. 난 할 수 있다. 아자 아자 파이팅”


매일 나에게 거는 자기암시. 이 한 문장을 외침으로서 하루를 시작한다. 


누가 그러더라.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긍정적인 말을 내뱉는다면 삶 또한 긍정적으로 변화된다고. 

그런 헛된 희망을 가진 채 차디찬 무거운 철문의 손잡이를 힘껏 돌린다. 



경쟁과 이기심에 감염되어 있는 병든 사회를 향해 크게 한 걸음 내 딛는다. 

시간은 오전 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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