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변화를 문득 깨닫는 날이 있다. 매일 나서는 집앞이지만, 어느 날엔 벚꽃이 참 예쁘게 눈에 들어오고, 어느 날엔 나뭇잎이 참 푸르다는 게 눈에 들어온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늦은 오후, 집앞을 나서면서 눈에 딱 들어온 건, 어린 잎들이 가득 달린 나무들이었다. 계절은 항상 오고 간다. 하지만, 매일 일어나는 그 작은 변화들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계절은 언제나 성큼 다가오는 것 같다.
참 푸르다. 이제 막 피어난 나뭇잎들의 초록색이 좋다. 햇빛이 내리쬘 때, 영롱하게 빛나서 참 예쁘기도 하고. 무엇보다, 사진이 참 잘 나오는 컬러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침 저녁으로는 꽤 추웠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긴 겨울을 보내며 추울 것을 신경쓰던 날이 많아서였는지, 옷을 얼마나 얇게 입어야하는지에 대한 감각이 아직은 무디다. 어느 날은 생각보다 춥기도 했고, 더워서 허덕이는 경우도 있다. 모든 것이 푸르고, 햇빛의 색도 따스해지는 계절이지만, 봄은 참 어렵다. 꽃과 나무들을 잘 틔워야 해서 그리도 예민한 걸까.
참 속앓이가 많았던 가을과 겨울을 지났다. 이제는 온 세상과 함께, 나도 함께 따스해지는 그런 계절이다. 마음이 놓인다. 어딜 돌아봐도 예쁜 것들이 가득 찬 이 순간이 참 좋다. 언제나 마음만은 푸르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