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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ny Kim Oct 08. 2020

스타트업 마케터의 퇴사일기

05 퇴사의 이유

내가 캐치잇플레이에 입사하는 순간부터, 퇴사는 예정된 일이었다. 앞선 글에서 언급했듯, 입사는 경험치를 축적하기 위한 선택이었고, 적당한 시기에 다시 독립해서 내 사업을 재개할 생각이었으니까. 퇴사를 할 것이라는 사실만은 명확했다. 다만, 퇴사의 타이밍을 잡는 것이 어려운 일이었다. 입사 시점부터 ‘이럴 때 퇴사해야겠다’라는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있었던 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내심 가지고 있던 생각은 이랬다.


퇴사해야 할 타이밍이 온다면, 내가 모를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제각기의 이유로 퇴사를 한다. 사람에 치여서, 일에 지쳐셔. 혹은 더 늦출 수 없는 꿈이 있거나, 이직, 혹은 이른 은퇴를 위해서. 나의 경우도 비슷했다. 배움과 경험을 위해 깎아서 들어간 회사의 급여가 내심 아쉬웠고,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고, 또, 결국엔 결정적인 트리거가 있었다.  



사업을 했던 사람에게, 월급 생활은 아쉬울 수밖에


입사 전에 1인 사업체를 운영했을 때, 기록했던 월 최고 매출은 천 이백만원 정도였다. 아마 천만원 단위의 매출을 내는 사업을 했거나 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공감하겠지만, 이러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겐 매달 수백 만원의 월급을 가져다줘도, 묘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건 액수의 문제가 아니다. 고정된 급여라는 구조 자체가 주는 아쉬움이다. 매출을 매달 늘려갈 궁리를 했던 사람이, 성과급을 제외하면 매달 고정된 급여가 들어오는 환경에 들어가면, 노력 여하에 상관없이 결과가 고정된 게임에 뛰어드는 느낌을 받는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짜릿한 매출 상승의 맛에 살아가던 사람이, 고정된 급여를 받으며 살다 보면 내심, 지루해지는 부분이 없지 않다.


사업은 기본적으로 일을 잘 하면 내게 보상이 주어지고, 일을 못 하면 내게 책임이 주어지는 환경이다. 나는 그게 참 좋았다. 그리고, 업무의 범위나 생각의 범위에 제한이 없다는 것도 즐거웠다. 큰 자율과 큰 책임에, 큰 보상이 따르는 환경. 모두가 알다시피 회사생활은 그렇지 않다. 일부 제한된 자율, 직급에 따라 정해지는 책임과 보상. 업다운이 많지 않고, 안정(정체로 느껴지기도 하는)을 추구하는 환경이니까. 사실은 급여의 액수보다도  회사 소속으로 있으면서 필연적으로 좁아지는 운신의 폭이 아쉬웠다. 해보고 싶었던 프로젝트가 생길 때 자유롭게 뛰어들지 못하는 것도 아쉬웠다. 또한, 내가 잘 성장하고있는지를 직접적으로 느끼기 어려운 것도 한 몫 했다. 사업을 할 때엔 수입이 늘어나고, 담당자로 만나는 사람들의 직급이 올라갈 때, 내가 잘 하고 있다는 것을 정확히 알 수 있지만, 회사생활은 그렇지 못했다. 회사생활이 구조적으로 아쉬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런 것들이었다.



사업을 다시 해보고 싶었다


입사하면서 퇴사는 예정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꺼냈었다. 그 이유는 내 사업. 일을 잘 하면 내게 보상이 주어지고, 일을 못 하면 내게 책임이 주어지는 환경이 좋았다. 일을 잘 해서 얻는 보상이 온전히 내게 떨어지는 그 구조의 달콤함을 아는 사람들에겐, 모든 업적과 보상이 팀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회사생활이 늘상 아쉬울 수밖에 없다. 또한, 회사 소속으로 있으면서 필연적으로 좁아지는 운신의 폭도 아쉬웠다. 해보고 싶었던 프로젝트가 생길 때 자유롭게 뛰어들지 못하는 것도 아쉬웠다. 또한, 내가 잘 성장하고있는지를 직접적으로 느끼기 어려운 것도 한 몫 했다. 사업을 할 때엔 수입이 늘어나고, 담당자로 만나는 사람들의 직급이 올라갈 때, 내가 잘 하고 있다는 것을 정확히 알 수 있지만, 회사생활은 그렇지 못했다. 월급 이외에 아쉬웠던 건 이런 것들이었다. 




퇴사 결정, 그 후


퇴사를 하며 회사가 내게 제안한 조건은, 향후 6개월간 기존 급여를 유지한 상태로 원격으로 프리랜서 근무를 이어가는 것이었다. 나는 언제든지 독립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었기에, 내게 아쉬울 건 없었다. 아쉬운 쪽은 오히려 회사였을 것이다. 자사 광고영상 제작의 모든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내가 곧바로 퇴사하는 것이 매우 부담스러웠을 테니까. 내가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받아들이지 않고 바로 퇴직하는 것도 방법이었을 터. 그러나, 좁힐 수 없었던 차이 하나를 빼면 회사와 나는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캐치잇 잉글리시 앱은 열정을 가지고 함께 키워 온 프로젝트였으며, 팀원 모두들 내가 존경하고 애정하는 사람들이었기에, 부드러운 인수인계를 위해 책임있게 행동하는 것이 옳았다. 마지막 미팅에서, 우리 팀 디렉터는 이렇게 말했다.


회사가 쟈니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캐치잇이 누구나 알 만한 큰 회사로 성장해서, 쟈니가 캐치잇플레이의 성장기에 마케터로 있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빛나는 커리어를 가지게 되는 거예요.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스물 다섯, 6월 말. 내 삶의 큰 챕터 하나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개인으로서 절대 경험해보지 못했을 일들을 겪게 해주었고, 만나기 어려웠을 사람들과 소통하게 도와주었으며, 또한, 앞으로 내 자산이 될 많은 실적과 공을 쌓아 나올 수 있게 도와주었던 캐치잇플레이에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퇴사일기를 마치며


퇴사 후 꽉 채운 3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 나는 퇴사 이야기를 쓴다. 퇴사 직후부터 글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런 저런 감정들이 삭 가라앉고 생각이 정리될 타이밍을 기다렸다. 퇴사의 트리거를 제공한 A에게 사실은 묘한 고마움이 있다. 덕분에 퇴사를 하고 다시 사업을 하며, 내가 아쉬워했던 모든 것들이 다 해결되었으니까 말이다. 수입은 말 그대로 몇 배가 늘었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모두 뛰어들 수 있고, 열심히 마무리한 일의 공로가 온전히 나에게 돌아온다. 있는 힘껏 눌려있다, 탕 하고 튕겨나온 용수철처럼 하늘 높이 튀어오르고 있다.


다시 사업가가 된 나. 관악에 새롭게 터를 잡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능동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참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여전히 믿기지 않고, 또 감사하다. 다시 회사에 들어갈 일이 있을 것 같냐고 묻는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다고 말할 거다. 그만큼 많이 배우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나는 스물 다섯의 한가운데 서서, 한 챕터를 닫고, 새 챕터를 열었다. 






김재일

캐치잇플레이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2018.12. ~2020.06.


드림스토리 미디어 그룹 대표
2020.06~  





Johnny Kim

김재일


안녕하세요, 크리에이티브 마케터 김재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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