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하는 내가 나한테 해주면 되지, 뭘 더 바라지도 않는다
예전에 선배 한 분이 정년퇴직을 해서, 저녁 회식자리가 마련되었다.
많은 후배들이 참석해서, 선배님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인사말을 건넸다.
그리고, 본인의 이름을 새긴 기념이 될만한 선물도 준비했었다.
그런데, 그 선배 이후로 이런 회식 문화는 사라지고, 팀 자체에서 진행하는 수준으로 축소되었다.
회사에서 회식을 예전처럼 장려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떠나는 선배님들이 그 자리를 편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때 떠나는 선배님의 표정이 한동안 지워지지 않았다.
이제 60이 되어서 회사를 떠나는 이에게, 남아있는 이들은 박수를 보내준다.
하지만, 떠나는 이는 말이 없다.
선배의 권위도 이제 내려와야 하고, 내일부터 당장 할 일도 없다.
그래서일까?
스스로 축하받을 준비가 안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그랬다.
퇴사하는 직원을 위해서 모인 다른 직원들에게는 또 하나의 회식자리였지만, 선배님에게는 그 자리가 회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마지막 자리였기에 그럴 것이다.
정년퇴직을 하는 선배를 바라보는 후배의 시선은 크게 2가지이다.
나의 미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부류와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부류이다.
이제 떠나는 선배가, 나랑 친했는지 아니었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내일부터 출근하지 않는 선배가 무엇을 하는지, 잘 지내는지도 그렇게 궁금하지 않다.
그보다는 오늘 저녁에 집에는 어떻게 갈지,
오늘 못다 하고 온 업무를 내일 출근해서 마무리해야 하는 게 더 중요하고 신경 쓰인다.
퇴직을 하면서, 진짜 축하는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고, 앞으로도 잘할 것이라고 스스로를 응원하면서.
그러나, 많은 퇴직자들이 회사를 떠나면서 스스로를 축하할 수가 없다.
한없이 작아지는 존재감을 느끼며, 새로운 도전도 망설여지기만 한다.
내일부터 세상의 시선이 두렵다.
이제 내 이름 석자 앞에 갖다 붙일 게 하나도 없으니, 연락할 곳도 없다.
앞으로의 시대 흐름은 상시 퇴직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양에서는 자리를 잡았고, 우리의 조직 문화도 이런 방향으로 갈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회사의 필요에 의해서 해고가 일상화되어 있다.
개인도 본인의 필요에 의해서 이직이나 퇴직을 자유로이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조직에 대한 소속감이나 직원들 간의 연대의식은 떨어진다.
그런데, 그게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문화가 있으니, 누구도 개의치 않는다.
그러다 보니, 시니어들의 이적 시장도 활발한 편이다.
회사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당당하고, 나이와 상관없이 퇴사를 했다는 이유로 패자 취급받지는 않는다.
아직 우리나라 사회는 다르다.
2030은 자발적 퇴사를 하는 것에 반해서, 50대는 비 자발적 퇴사가 대부분이다.
비 자발적 퇴직자는 퇴직자 스스로가 본인을 응원하고 믿어줘야 한다.
세상의 편견이 아니라, 스스로가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이건 개인을 위해서도,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도 이제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퇴직을 축하하고 응원하는 사회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줄만한 가치가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