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상처를 준 공무원에게
TV속 걸그룹을 보며 힐링하는건 나도 예외가 아니다. 이쁜애 옆에 이쁜애. 보기만 해도 눈이 정화되는 기분~ 그러나 현실로 돌아와 일터로 가면 직장엔 나쁜놈 옆에 나쁜놈이 줄줄이다.
소시오패스를 접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사회다.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쁜 짓을 저지르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사이코패스와는 다르게 감정조절이 뛰어나고 겉으로는 사교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전 인구의 4% 정도가 소시오패스라고 하니 내 가족 중에, 혹은 직장에서 학교에서 내 옆자리에 앉아있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나 역시 소시오패스의 정의와 딱 맞는 직장상사를 마주한 적이 있다. 그것도 쌍으로. 나쁜놈 옆에 나쁜놈은 죽이 참 잘 맞는다. 어쩜 그렇게 영혼의 단짝, 환상의 콤비인지.
내가 일한 곳은 기관장 비서실이었다. 기관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의 중요성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업무 특성상 비서실장 자리에는 기관장의 의중이 많이 반영된다. 그러다보니 근묵자흑의 사례가 많다.
그 사람의 인간성을 판단하는 쉬운 지표 중 하나가 그 사람이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비서실장이 기관장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 어디까지 타인의 비유를 맞출 수 있는지,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옳고 그름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기관장의 의중이 중요할 뿐. 심지어 기관장의 마음속에라도 들어앉아 있는건지, 기관장이 총애하는 직원을 대할 땐 자기도 절절매면서 그 직원을 기관장이 손절한 것처럼 보이면 태도를 바꿔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보며 주변 사람들은 그저 혀를 내둘렀다.
기관장에 대한 충성심을 이유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다반사였다. 국민들을 위한 생산적인 일이 아닌, 윗사람 눈에 들기 위한 의미없는 일에 부하직원들은 노동력을 투입해야 했다. 예를 들면 기관장 마음에 쏙 드는 식사장소를 예약하겠다고 비서실장은 직원들을 시켜 퇴근 후 식당 내부 사진을 찍어오게 했다. 식당 메뉴판을 만들어 대령하는 일은 당연한 업무였다.
윗사람에겐 그렇게 입 안의 혀처럼 굴면서 부하직원은 발톱의 때만도 못하게 생각하는 이중인격이 어디 내 직장에만 있을까. 지금도 어디선가 그러한 인격체 주변에서 고통받고 있을 선량한 직장인들이 너무 많아 발에 채인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사이코패스와는 다르게 소시오패스는 후천적인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고, 그렇기에 예방이 가능하다. 가치관이 성립되는 유년기를 어떻게 보냈느냐가 중요하다. 부모와 사회로부터 애정과 관심을 받고 도덕심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면, 소시오패스의 발현을 막을 수 있다. 한 사람을 키워내는데 대한 가정과 사회, 국가의 책임이 막중하다.
또한 양심, 배려, 봉사가 칭찬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야 할 것이다. 남을 이용하고 거짓을 일삼아 성공을 성취한 사람들이 존경받고, 반대로 양심껏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손해 보는 경쟁현대 사회에서는 소시오패스가 점점 늘어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우려된다.
상명하복의 조직문화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는지. 권력자의 말 한마디가 곧 진리이며 그 앞에 정의도 논리도 꺾이는 사례를 많이 겪었다. 이렇게 살아야 하나 회의감이 드는 순간이 오지만 대다수는 부양가족을 생각하며 끝까지 참는다.
요즘 젊은이들은 부당함을 거부하며 스스로 박차고 나오는 경우도 많지만 여전히 참고 견디는 사례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러다 끝내 골든타임을 놓치면 비극은 막을 수 없게 된다. 잊을만 하면 들려오는 극단적 선택의 소식이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