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썰
K는 소개팅으로 만났다. 외모는 내 이상형에 가깝다고 할 순 없었지만, 그래도 남자다운 스타일로 나쁘지 않았다.
토요일 저녁이었다. 그가 예약한 식당에서 오마카세를 먹었다. 인당 7만 원 가까이했다. 소개팅 치고는 비싼 밥을 먹는다고 생각했다.
대화는 물 흐르듯 흘러갔다. 나는 봇물 터지듯 이야기를 쏟아냈다. 회사에서 주로 꼰대들과 일하다 보니 또래가 고팠던 게 사실이다. 나는 연애도 오랜 시간 안 했고 주말에 친구들을 많이 만나는 편도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항상 대화에 갈증이 있었다. 그 갈증을 나는 신나게 이 소개팅남에게 풀었다.
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주둥이를 털어댔다. 다행히 그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아주 일방적인 것은 아니었다. 우리의 대화는 적당히 티키타카가 됐다. (고 느꼈다.)
마지막 후식을 먹고 나서 그는 잽싸게 계산대로 향했다. 뭐야, 빠른 손절인걸까? 식당이 좁아 나는 그의 뒤에 멀뚱히 서 있었다. 이내 내 눈동자는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렇다. 그의 뒤태를 빠르게 스캔했다. 뒤태에 반전이 있었다.
헉. 상반신이 역삼각형이다. 그는 블루 계열의 와이셔츠를 입고 나왔는데 핏이 좋았다. 막 근육맨은 아니지만 라인이 예뻤다. 딱 여자들이 좋아하는 쉐이프. 다리가 긴 것 같진 않았다. 그래, 사람이 다 가질 순 없지. 그의 뇌는 스마트했고, 상반신은 섹시했다. 내가 난쟁이 똥자루인 덕분에 키 차이는 적당히 설렐 수 있는 정도였다.
식당을 나와서 자연스럽게 카페를 갔다. 우리는 조금 더 퍼블릭하고 밝은 조명 아래서 서로를 살폈다. 대화는 끊기지 않고 이어졌다. 내 이야기에 리액션을 잘해주니 말할 맛이 났다. 이러다 입 주변에 하얀 거품이라도 끼는 건 아닌지, 나는 은근히 주둥이를 닦아가며 입을 털었다. 그러면서 문득 든 생각.
"재밌다."
원래 소개팅이 이렇게 재밌는 거였나?
우리는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듯해 보였다. 카페를 나와 공원을 한 바퀴 더 돌았다. 그렇게 짧은 데이트가 끝나고 그는 차로 우리 동네 인근에 내려줬다. 끝 인사로는 "다음에 더 맛있는 것 먹으러 가요"라고 했다.
이거 애프터 맞지?
그와 아마 2~3번은 더 만나보게 될 것 같다. 결말은 모르겠다. 내가 만약 연애라는 것을 시작하게 된다면 거의 4년 만의 연애다. 과연, K와 나는 인연이었을까?
다음화에서 계속...